하와이를 걷다, 길에서 만난 아이들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울 때 걸어요

by 홍이

사랑과 관심을 받을 때보다 줄 때 마음이 더 채워진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마음, 반려동물을 돌보는 마음... 누군가를 나 자신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그런 숭고한 마음. 매일매일 먹고 자고 싸는 그 과정을 기꺼이 챙겨주는 그런 정성 어린 마음.


그렇게 마음을 쏟아주면 더 큰 위로와 행복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책임질 반려동물과 함께 한 적도 없고 아가도 없고. 그런데 다른 생명체에게서 얻는 위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사람이 아니라서 더욱 마음이 쓰였을 수도 있다.


숨 쉬고, 움직이고, 살아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엄청난 안도감을 준다는 사실.


마음 둘 곳 없이 외로울 때, 회사 집 회사 집이었던 단순한 나의 일상에 약간의 활력을 주었던 아이들. 지금은 볼 수 없는 아이들을 사진으로 추억해본다.









우리 집 건물 앞의 치돌이. 카리스마 있고, 한 번씩 목놓아 울면 성량이 엄청났다. 해 뜨는 6시 7시 즈음, 아침이 오는 시간을 큰 소리로 알려주던 치돌이. 10층 우리 집에서도 아주 잘 들린다.


외출할 때마다 귀가할 때마다 치돌이가 있는 길로 걸으며 생사 확인했었다. 왔다 갔다 하며 인사하고, 안 보이는 날엔 두리번거리며 찾게 됐다.


하루를 시작하며 집을 나서면서, 오늘도 살아 있어 줘. 하루가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서, 그래 너도 오늘 하루 잘 살았다. 별일 없었니. 집에 들어가기 싫어했었던 나는 그 앞에서 치돌이를 하염없이 구경했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어떤 사연이 있니.


거의 6개월 간 우리 골목을 지켜주던 아이였는데 어느 겨울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우리 회사 건물 앞, 얘네는 여기가 고향이다. 다운타운이 나와바리인 닭들. 무단횡단도 당당하게 걷기~~



우리가 뭉치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아! 꼭 이렇게 함께 다니는 애들이 있다. 얘네도 친구관계가 있는 걸까.


어이~ 이 골목은 우리가 접수했다. 거의 갱스터 급으로 출근길 입구까지 막아버림. 자기주장 확실하다. 나무까지 점령해버린 닭들.


크기는 얼마나 큰지, 흔히들 닭둘기 닭둘기 하지만 실제 비둘기 옆에 있으면 닭이 두배 세배는 더 큰 것 같다. 닭이랑 비둘기들 (하지 말라고 해도) 모이 주는 사람이 많은데 비둘기가 자꾸 먹이 뺐어먹으니까 성난 닭이 비둘기 모가지를 확 물어서 옆으로 치워버리는 순간을 목격... 확실히 쌈닭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하면서 좀 무서웠다.



이렇게 어미 닭이랑 병아리들 가족도 엄청 많이 보인다. 특히 회사 건물 바로 앞에는 약 반년 정도 사이에 닭 3대가 가족을 이루는 것도 봤다. 처음에 한 두 마리였다가, 삐약 삐약 귀요미들이랑 같이 다니더니 순식간에 다 큰 7마리 ㄷㄷ (아래 가운데 사진처럼)




그러면 저 닭 2대 가족이 또 병아리를 낳음. 또 삐약 삐약 삐약. 닭들도 가족애가 있는 건가 항상 같이 다니는 애들이 있었는데, 숫자가 많아지니까 또 구분이 안돼서 누가 누군지를 알 수가 없다.


항상 우리 회사 앞이랑 봉사활동 갔던 곳에서 봐서 나는 일하러 가는데 너네는 좋겠다 하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ㅎㅎ




흑 근데 최근에 야생 닭들이 문제가 많아져서 정부에서 관리한다고 ㅠㅠ

Hawaii is waging war on 'aggressive' feral chickens.







길냥이



우리 집 건물 근처에 사는 것 같은 길냥이. 이름은 '네로'라고 내가 부름 이유는...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 니까 ㅋㅋㅋㅋㅋ


얘는 거의 누워만 있는 귀여운 뚱냥이이다. 애교도 엄청 많고 낯도 안 가리는지 건물에 들어오는 사람 보이면 저 문 앞 도보에 딱 누워서 만져 달라냥~ 하면서 기다리고 있음



얘는 확실히 길냥이가 분명한 게 ㅠㅠ 저번에 막 쓰다듬어주는데 털에 벼룩이 보였다 ㅠㅠ 깜짝 놀라서 손을 떼었는데 냥이가 왜 그래? 하는 해맑은 표정으로 쳐다봄 흑흑 어디 데려가서 씻겨 주고 싶은데 ㅠㅠ 그래도 되려는지...


그런데 그 이후로 한참이 지났는데 다시 안 보인다 ㅠㅠ 에구 화들짝 손을 떼 버린 게 마지막이 되려나 마음이 아프다 ㅜㅜ





얘는 와이키키에서 만난 미모의 냥이인데 사람을 엄청 좋아하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막 만져달라고 다가온다. 우리 집에 데려가고 싶을 정도! 그런데 딱 한 블럭을 벗어나지 않고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다. 너무 관리도 잘 돼있고 깨끗하고 집냥이일 테니 이름이 이미 있을 것 같아 안 지어줌 ㅠㅠ





이곳은 길냥이 천국인지 고양이가 엄청나게 많았다. 저 커플 빼고도 한 열 마리는 봤던 듯. 고양이도 이렇게 다정스레 서로를 보는데... 너희는 행복하니? 싸우진 않니?









예쁘고 화려한 새들도 많고 짹짹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힐링도 된다. 가까이 가면 날아가버리고 사진 찍기도 어려워 실제로 보는 게 훨씬 귀엽다 ㅎㅎ 나도 같이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








재작년, 집에 들어가기 싫어 몇 시간을 떠돌아다녔다. 정처 없이 걸었다.


망망대해 외딴섬에서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을 때

마음 둘 곳 없어 몸서리치게 외로웠을 때

내 인생이 끝났다고 느껴졌을 때


몇 시간이고 걷고 또 걸었다. 락다운으로 외출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나갔다. 거리는 한산했고 도시는 버려진 것처럼 황량했다.


그때의 그 거리, 그 바람, 그 두려움.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곁에 아무나 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차라리 남이 낫다고. 억울하고 원통한 그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냥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누구든 외로울 때.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세상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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