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Aug 04. 2022

궁극적인 목적을 항상 기억하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고 사는 것 보다 더 큰 의미를 찾기

격리 아닌 격리 중. 나 홀로 일주일째 집에만 있으니까 살짝 센치해진다. 우리는 왜 사는가 인생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다가도 하루 종일 누워서 유튜브나 보고 있으면 아주 등 따시고 배부르고 이런 게 사는 거지 언제 또 이렇게 놀아보나 싶기도 하다. ㅋㅋ


나이 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행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 이렇게 아플 거 뭐하러 여행가나 하는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놀려고 여행 간 건데 아주 재밌게 놀았으면 된 거지! 이제는 체력관리 좀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울렁거리는지 모르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잠깐의 일탈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는데 막상 똑같은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어서?


내가 또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아이고 이렇게 열심히 하면 뭐하나 어차피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하는 염세주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 됐다 그냥 다 포기해 때려치워 그냥 막살아하는 무대뽀 심보가 들기도 하고. ㅋㅋㅋ 휘청 크게 흔들리면 잠깐 방황할 수 있지 뭐.




2011년의 나와 2022년의 나




여행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견문을 넓히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고? 도전과 성취를 통해 스스로를 탐구하고 치유하기? 어디에 가봤다는 인증을 하고 자랑하려고?


어렸을 때는 진짜 도장깨기 식으로 여행을 했던 것 같다. 어디를 가도 왜 가는지, 무엇을 위해 가는지, 가서 뭘 할 건지,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갔다. 무엇을 보고 어떤 감상을 할지, 이곳에 가서 나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그런 고민도 없이.


해외여행도 스펙이었던 때가 있었다. 유럽 배낭여행, 청춘의 상징! 워킹 홀리데이, 청년만이 할 수 있는 현지의 문화와 생활 체험! 해외 봉사활동, 국제교류와 대외활동의 꽃!


물론 다 좋은 경험이었다. 다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새롭고 다양하고 숭고한 경험들을 했는데, 그냥 나는 그대로. 물론 현실에 치어서 바쁘게 살다 보면 잊히기 마련이겠지만, 그리고 분명 내가 느끼지 못한 경험치가 쌓이고 내면의 성장과 발전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냥 '경험을 쌓기 위한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있지. 내가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 걸까? 그때 재밌게 시간을 보냈고, 건강하게 잘 다녀왔다. 그거면 충분할 수도 있다.







내가 첫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유명한 관광지는 모두 방문하는 것을 목표했었고 무리를 하면서까지 착실하게 다녔었다. 여행 중반이 넘어가면서 일정이 맞는 언니들과 프라하에서 만나 같이 여행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민박집에서 추천해준 음식점을 찾아가거나 동네 골목을 구경하거나 밤거리를 설렁설렁 산책하거나 하는 여유로운 여행을 처음 맛봤다. 그리고 나에게는 그게 굉장히 신선했다!! 약간 관광지에 연연하지 않았던 언니들이 쿨하고 멋있어 보이기까지...


나중에는 남편과 여행할 때는 여유의 끝판왕을 봤다. 조용히 아무 말도 안 하고 한참을 바닷가만 바라보다 온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남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몰랐다. 여기를 안 좋아하나 다른 데로 가자고 할까, 나는 그냥 사진 찍고 가려고 했는데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 건가. 그런데 남편이 나중에 어디 어디가 예뻤다면서 나는 기억도 안나는 풍경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 줬었다. 당시의 감상, 우리가 나눈 대화, 자신이 느꼈던 감정, 바다의 냄새와 하늘의 색깔 등, 아 눈에 풍경을 담는다는 게 이런 뜻이었구나.


그래도 나는 인증샷 남기는 여행도 좋다. 어릴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추억에 잠기면서 아 그땐 그랬지~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릴 때 찍은 사진들을 10년 뒤에 보면 얼마나 예뻤는지. 미모가 예쁘다는 게 아니라 ㅋㅋ 그 젊은 시절 풋풋함이 느껴져서. 20대 때에는 그 나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으니까. 그때 함께했던 친구들과 그때 겪었던 경험들이 있으니까.


옛날에 뉴저지에 사는 친구가 뉴욕 시티를 방방곡곡 데려가 주며 함께 여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친구가 좋다는 데는 다 데려가서 사진도 찍어주고 맛있다는 데 데려가서 밥도 먹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남편과 뉴욕에 놀러 가서 예전에 갔었던 좋은 데 데려가면서 그때 여기서 친구랑 뭐 했고 뭐했다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좋았다! 과거의 한 추억을 공유하고 그 공간에 함께해서 뭔가 뭉클하기까지 ㅠㅠ 맨하탄에서 남편이 태어났던 병원, 시부모님께서 살았던 아파트, 그리고 출퇴근하시던 지하철 길 등도 직접 걸어보며 왠지 그 순간을 다시 경험하는 느낌이랄까?


이번 여행도 함께 계획 세우고 다 같이 여행 준비물도 챙기고, 셀피 스틱 놓고 단체사진 찍고 인스타에 올리고, 아무튼 재미있었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게 가능하려면 앞에서 리드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뒤에서 잘 따라주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그 인연만으로도 무척 의미 있으니까. 하루하루 심심해 죽겠는 나에게 먼저 여행 가자고 제안해주시고 엄청난 일탈을 선사해주신 언니들께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다.







인생을 살면서도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어떤 행동을 할 때 궁극적인 목적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 안 그러면 그냥 무의미한 하루의 반복일 테니까.


나는 그래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 어느 시점에서 길을 잃어도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초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큰 방향으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나를 위해 글을 남긴다.


가끔씩 얄궂은 생각이 들긴 한다. 자랑하고 싶어서 인정받고 싶어서 관심받고 싶어서 또는 가르치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내용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글들은 나의 모습도 아니고 나에게는 큰 의미도 없는 글이다.


내가 쓰는 글은 나를 위한 글이어야 하는데, 내가 사는 인생은 나를 위한 인생이어야 하는데. 그러므로 하트나 댓글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사실은 없다. 인생 길게 볼 때 사사로운 일들에 크게 마음 다칠 일도 없다.




 포브스에서 인정한 진정한 5성급 호텔 윈에 마련된 인공폭포 ㅋㅋㅋㅋㅋ 보자마자 우리 동네 홍제천이 생각났다 ㅋㅋㅋㅋㅋ




불평불만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이 불평을 입 밖으로 꺼내는 데에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또는 누군가가 불평을 할 때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러면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않고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게 된다.


불평할만한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타인에게 말하는 행위 자체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사람도 있다

불평을 하면서 불만인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일 수도 있다




화가 날 때에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임에 분명하지만, 어떻게 표현할지는 나의 선택이다. 내가 화가 나는 상황에서 얼마나 우아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 그 능력에 따라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옛날에 유모차 판매를 하는 단기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한 부부에게 휴대용 유모차를 접고 펴는 법과 브랜드의 장점을 열심히 설명하고, 그 부부가 유모차를 사기로 결정했을 때! 시급 알바임에도 판매를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ㅋㅋㅋ 내가 "안전바도 함께 구매하시겠어요?" 라는 질문이 화를 부를 줄은 몰랐다.


그 부부는 이 유모차를 사기로 결정한 이유가 전시된 유모차에 안전바가 설치되어 있어서 포함된 줄 알았다며 장사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나에게 화를 내셨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냥 욕받이를 하던 중 직원분이 구해주었다. 결국 안전바 별도 판매라는 안내문이 추가되었다.


그 고객님은 화를 내셨던 이유가 무엇일까? 만원을 내고 추가 구매를 하고 싶지 않아서? 진상을 부리면 서비스로 줄까 해서? 고객의 입장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껴서? 그냥 분풀이 용으로?


그리고 나중에 직원분께서 나를 다독여주셨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부터 불만이 있으신 고객님은 제품을 안 사는 게 맞다. 판매하지 않는 게 낫다." 이런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손님은 왕이다라는 알바니까 까라면 까라 같은 사고방식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확고한 판매 원칙도 있으신 것 같아서 좋아 보였다. 나중에 아기 낳으면 그 유모차 사야지 했었던 ㅋㅋㅋ







내가 갑보다 을의 입장을 더 많이 겪어봐서 그럴까, 화를 내는 고객의 입장보다 그걸 듣고 있어야 하는 직원의 입장에 이입하게 된다. 알바 또는 직원으로 일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화를 내는 컴플레인이 얼마나 불필요한지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지 ㅠㅠ


어차피 직원은 매뉴얼대로 할 뿐이다. 그냥 오늘 하루 돈 받고 나와서 일하는 것뿐이다. 손님은 왕이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자 이런 마인드를 가진 직원은 사실 정말 드물다. 뭔가 잘못되었다면 회사를 탓해야지 직원을 탓하면 소용이 없다. 내가 화났는데 네가 하는 거 봐서 기분 풀어줄 수도 있다? 이런 정서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면 실망만 할 뿐이다...


뭔가 불만이 있다면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회사가 또는 직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설명해봤자 직원이 사실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냥 죄송합니다 하겠지 뭐. 화나는 상황으로 가기 전에 나는 이런 걸 원한다 분명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문제 해결인 거고 불가능하다면 협상을 또 해야겠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서비스를 바라거나 특별 대우를 바란다면 사실 돈으로 해결하는 게 제일 빠르다 ㅠㅠ




그.런.데. 내가 유튜브에서 정말 머리를 때리는 이야기를 보았다. 관계주의의 한국사회는 배려하기 위해 원칙을 깨는 상황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것!!!! 예를 들어 대기줄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건 사실상 순서대로 간다는 "원칙"을 깨는 행동이지만 "배려"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알바나 직원이 원리원칙을 설명하며 순서대로 처리되니 기다리라고 하면 "배려"를 해줄 수도 있는데 안 해준다고,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되어 화가 날 수도 있다는 거.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화를 표출하는 것이 옳을까?


만약 내가 화를 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백번 천 번이고 화를 내는 게 맞겠지

만약 내가 단순하게 내 감정을 표현만 하고 싶다면 그것도 옳은 거겠지

하지만 화를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면 화를 내는 행동이 꼭 필요할까? 내가 화를 냄으로써 주위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행사하고 분위기가 험악해지는데, 내가 정말 원하는 결과가 부정적인 상황일까?




사실 그것보다 직원이 고객을 위해 열일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바로 말 한마디.


실제 우리 사무실 어느 고객님께 감동받아 내가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녔던 적이 있다. 고객님께서는 전화로 자신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담백하게만 설명하시고, 이러이러한 절차가 있는 것도 알고 저러저러해서 힘든 근무환경인 것도 알지만 나의 상황이 이러니 도와주실 수 있냐고 너무나도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씀해주셨다. 그럼여!!! 고객님을 도와드리는 게 저의 일입니다! 저도 최대한 알아보고 상황 전달드릴게요!


사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부당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화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나도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상담사와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상담사님께서 연거푸 죄송하다고 I apologize...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아니 이 상담사가 뭔 죄가 있다고 나에게 이렇게 공손히 사과하시나 ㅜㅜ 뭔가 울컥해서 당신 잘못 아닌 것 잘 알고 시스템 오류 때문에 그랬다는 거 이해한다고 말씀드렸던 적도 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부터 표정이나 분위기까지 말 한마디 안 해도 한 사람에 대해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10년 전의 나, 이때는 내가 10년 후에 하와이에서 이런 글을 쓸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나는 지금 이 어린 내가 꿈꿨던 삶을 살고 있을까? 과거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을까?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40대에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을까? 어떤 사고와 감성으로 성장할까? 미래의 나는 행복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커플 새로고침, 어떤 사랑이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