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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Sep 21. 2022

나는 이혼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까? 우리 부부의 근간을 흔드는 질문. 


우리는 왜 함께 할까? 우리는 왜 결혼을 유지하고 있을까? 

우리가 함께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관계를 유지할 가치가 있을까?


우리가 함께하기 위해 견뎌야 할 아픔이, 아물지 못한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건들지 않기 위해 돌아돌아 가야 할까?

감히 아픔을 치유해주려 시도했다가 오히려 더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는 거 아닐까?

그냥 못 본 척하며 등 돌리고 눈 감고 지내야 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언젠가 친구에게 어설픈 위로의 말을 건넨 적이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명확하게 알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혼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 친구였다. 


우리가 인생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하듯, 관계에서도 갈등을 겪으며 더욱 성숙해질 수 있다고. 

유년기와 청년기의 모습이 다르듯, 부부 사이도 그렇게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거라고. 

우리가 영원히 아이로 살 수 없고 나이를 먹으며 자라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만약 서로를 사랑한다면 그 결혼을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확신할까? 한 순간에 상대에 대한 마음이 싸늘히 식어버릴 수도 있고, 또 그만큼 한 순간에 사랑과 열정이 불타오를 수도 있고...


누구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본 일이겠지. 아마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온 친구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말이었을 듯 ㅠㅠ







내가 여기서 행복한 적이 있었나? 결혼생활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 게 있었나? 

아무래도 내 뜻대로 이루어진 것들은 쉽게 잊히고 내가 가지지 못한 일들에 미련이 남는 것 같다.


나는 불행한 걸까? 우리는 함께여서 불행할까? 

우리는 왜 불행하면서 서로를 놓지 않을까? 우리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


물론 함께 웃고 떠들도 행복했던 시간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의 다름을 뼈저리게 다시 느끼고, 서로 양보하지 못하는 고집에 질려가며,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게 될 때에는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행복했었나? 우리가 사랑했었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남편에게 나는 울고 불고 하는 감정적으로 불안정해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일 거고,

남편이 아무리 노력해도 나에게는 무능력하고 지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에 여사친 문제까지 일으킨 불신의 대상일 테니까. 


우리는 차라리 헤어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리가 부부가 아닌 한 개인의 인간으로 보면 전혀 문제가 없는 평범한 1인들인데.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각자 개인으로 존재하는 게 더 나을까?


사랑한다면, 어쩌면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우리 사이에 위기가 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나는 이곳에 있고 싶은 걸까?


남편과 함께하기 위해 왔는데, 우리가 이혼한다면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남편 하나만 보고 왔는데, 우리 결혼이 불행하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에게 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는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이 드는데, 그 정도로 나에게는 심각한 문제인데. 남편은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이게 그렇게까지 생각할 문제냐고, 웃는다. 그 표정이, 그 웃음소리가, 그 제스처가... 


그의 입장에서는 독립된 두 인격체가 만나 서로 좋아하니까 결혼한 것뿐. 그에게 결혼은 단순히 생활을 합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누군가를 평생 책임지고 함께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씌우려 할 때마다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서) 격렬하게 거부하는 것 같다. 


아니 그럴 거면 뭐하러 결혼했지? 우리는 대체 무엇을 위해 결혼한 거지?







너의 의도는 잘 알겠어. 나를 생각해줘서 고마워. 만약 너의 의도가 나를 위해 이렇게 해주려 했던 거라면, 나는 네가 저렇게 해주는 게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아.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오늘 아침, 내가 했어야 했던 말. 구구절절 울고불고 필요 없이 그냥 한 마디만 할 걸 그랬다. 그리고 조용히 나 혼자 마음 정리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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