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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5. 2022

외국 나가면 한국사람 조심해라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감사합니다

pexles


나는 항상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랐다. 안전한 공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 나와 같은 상황을 겪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특별히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한국인이었으므로, 계속 한국 모임을 찾고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갔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해외에 거주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한국인 조심하라"는 말. 사실 우리가 한국인이라서 객관적인 평가는 어렵겠지만, 한국인 조심하라는 말이 분명 한국인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사기꾼은 나라 국적 인종 언어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에든 있으니까. 사실 비율로 보자면 외국인 사기꾼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단지 내가 당하지 않았을 뿐이지.


한국인 조심하라는 말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한국인이고 한국을 너무 그리워해서 한국 사람들에게 마음과 정을 쉽게 줘버리니 나를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한국인 믿지 말라는 말은 사실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쉽게 신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말이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각자 개인사가 있고 의견이나 감정이 다르니 존중해야 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이다.


내가 한국인에게 더 큰 상처를 받았던 것은 사실 그 사람이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만큼 나를 생각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하는 정이 있을 우리의 관계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설마 한국인이, 한국인인데 어떻게! 이런 마음이 들면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들이 더 크게 나에게 다가오니까.




여느 때와 똑같은 정말 평범한 어느 날, 제 가치관이 확립되는 순간이 옵니다. 머리가 크면서 제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해지고, 사회의 크고 작은 부조리함에 나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동화되고 싶어 하지 않게 됩니다. 더 이상 한 사회에 소속되고 싶은 열망이 사그라지는 그런 순간이 옵니다. 저는 그 순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다고 생각해요.


해외에 거주하면서 외부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한국과의 차이를 느끼며 우리 문화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누군가와 갈등 상황에 처해지면 개인차이와 그것을 뛰어넘는 문화 차이를 고민하게 만드는 마음고생도 했습니다.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유연한 사고를 연습하는 것은 분명 큰 장점입니다.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 그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저의 선택들을 돌아보면, 어린 시절 경험이 큰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 방황이든 방랑이든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의미 있는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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