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전 설문지에 유년시절에 관한 문항을 답변하고 나서 했던 고민들
나는 왜 마국까지 와서 살면서 자꾸 한국을 그리워할까? 나는 왜 어렸을 때는 9시 10시까지 교복 입고 야자 하던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왜 수능 스트레스까지도 멋져 보였을까? 막상 내가 수능을 봐야 했다면 잘하지도 못했을 거면서;; 한국이 유토피아도 아니고 사람 사는데 다 똑같은데 왜 자꾸 내가 어느 나라에 살던 그 나라보다 한국이 훨씬 더 좋아 보였을까? 내가 한국 가면 어마 무시하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곳 생활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수도 있는데 나는 왜 자꾸 한국이 가고 싶을까? 나는 왜 지금 여기의 내 삶에 집중하면 되는데 한국생활에 자꾸 미련을 가질까?
내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살았을 때의 그 어린 시절이 상당히 미화되어 기억나고, 그 시절에 멈춰있는 것 같다. 어쩌면 한국생활이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더더욱 좋아 보일 수도 있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한 미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느낀 건 이제는 한국에서도 적응 못하고 어중이떠중이가 된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의 삶을 그렇게 동경했으면서도 막상 한국에서 살면 제대로 소속되지 못했다. 항상 한국에 돌아갔다가 해외로 회피했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뭐하는 짓인지;;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외국식으로 외국에서는 또 한국적이고. 어쨌든 내가 여기서 계속 살려면 이곳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러면 내가 그렇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한국 문화나 정서가 사라짐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람과 이야기할 때 분위기 파악 못하게 되고 눈치 없고 센스 없고 공감능력도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둘 다 포용하고 이해하고 상대에 맞춰서 행동하기가 나에게는 너무 어려울 뿐 ㅠ 내가 현명하게 양국의 문화와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이곳에 백퍼 적응해서 그냥 현지인처럼 살아가야 하나?
나는 나의 뿌리가 한국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 친정도 없고 굳이 한국에 갈 일도 없는데 나는 왜 자꾸 한국에 목을 매지? 실상 가족이 있는 곳이 내 집이고 고향이면 우리 가족들 다 뿔뿔이 흩어지고 친구들도 지금 한국에 있는 친구들보다 해외에 사는 친구도 많고... 내 고향, 내 뿌리, 내 추억을 둘 데 없어 한국이라는 두리뭉실한 이상 국가(?) 고향(?) 으로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논 것 같다.
나의 한국 여권 한국 인종 한국인의 피 한국의 세련된 모습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 난 그냥 국뽕에 취해있는 걸까? 한국에서의 고된 직장인 삶을 살거나, 야자나 야근도 안 해본 내가? 한국에서 나고 평생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진정한 한국인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헬조선 탈출하고 싶어 나를 부러워할 수도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한국에 집착할까? 당연한 줄 알았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는 거였다!
특정 메신저나 SNS는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나 보다.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이민을 고민하고, 결혼도 고민하고, 아기는 없고. 이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나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었고 외로움도 사라졌다. 그리고 실제 만난 사람들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기가 싫었나 보다. 나는 너무 외로웠으니까 ㅠㅠ
최신 유행을 선두하고 잘 나가는(?) 한국인들도 부러워 보였다. 내가 한국에 살았다면 그렇게 살고 싶었던 모습 같아 보여 좋았나 보다. 그런데 내가 점점 하와이 촌사람이 되면서 그런 도회적이고 새련된 모습과는 멀어져 가고 ㅠㅠ 그냥 나의 이상형처럼 유니콘처럼 느껴지고 나는 못하지만 충분히 서울을 즐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느꼈었나 보다. 내가 원한 건 세련된 도시인인데 주의 가장 중심가에 살면서도 한국 시골 동네 느낌이라 내가 자꾸 서울을 그리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