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노 코리아 월드컵?
이민자들을 설명하는 클리셰 같은 표현이 있다. 그분들은 이민 올 당시의 한국을 기억하며 한국이 얼마나 발전하고 변화했는지 모르실 뿐만 아니라 생각을 바꿀 의지도 없다고. 50, 60년 대에 이민오신 이민 1세대 분들은 한국을 떠날 때 전쟁 직후 황폐했던 한국의 모습이 평생의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80, 90년 대에 이민오신 분들은 독재정치나 IMF 경제위기 만의 한국밖에 모르실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인의 정을 기억하며 그리워하시거나, 그 당시에 당연했던 사고방식과 평생을 그렇게 해오신 습관들이 굳어지셨을 수도 있겠다.
내가 처음 해외 거주하게 된 년도는 2004년. 그 후로 한국과 해외를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왜 한국에서 더 오래 살았는데도 양쪽 다 적응 못하고 갈팡질팡 하고 있을까? 내가 이곳에 적응하길 거부하는 건가? 나는 왜 한국에서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했으면서 왜 이렇게 한국을 그리워할까? 한참 고민했었다. 그.런.데... 내가 딱 그런 상태였던 것을 이 날 깨달았다!!! 나는 2000년 대 초반의 한국을 그리워하며 계속 그런 세기말 + 밀레니얼 감성을 찾아 헤맸던 것 같다. 그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 패션, 시트콤, 그리고 농담까지. 아니 대체 왜 20년이나 지난 지금?!?! 내가 가장 왈가닥이고 제멋대로고 그래서 나름 행복했던 그때의 한국에 빠져서 아직도 상황 파악 못하는 중인 건가? 나는 벌써 OB 가 되어가는 건가? 내가 늙은이라니...! 고인물이라니! ㅠㅠ
사실 한국에 가서 몇 안 되는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나는 겉도는 느낌을 계속 지울 수 없었다. 전학을 여러 번 했던 나와는 달리 그 친구들은 이미 같은 동네에서 20년의 세월을 보낸 친구들이다. 동네에 가게가 바뀌고 새로운 건물이 생기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가 있는 인생의 큰 변화를 모두 겪은 친구들. 그에 반해 내가 아는 그 동네와 친구들은 2000년에 멈춰있었다. 내가 아는 다른 동네와 친구들은 2003년에 멈춰있었다. 그래서 내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 수년의 공백에 내가 이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 사람들은, 그 공간들은 그대로였는데... 내가 잘못 느꼈던 것이다!
나의 기억에는 그 친구들과 내가 함께한 그 옛날 밖에 없었다. 물론 서로 소식을 전하고 안부인사를 하지만, 심지어 단톡방에서 매일 대화했던 친구들도 오랫동안 못 보니 실물로 만났을 때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다. 내 기억 속의 그 사람과 실제 그 사람과 분명 다른데. 그리고 나는 분명 실제 그 사람을 사랑하고 응원하고 존중하는데. 왜 아련한 기억 속의 그 모습이 그리울까? 그 친구도 많이 변했구나 하는 느낌에 뭔가 상실감이 들기도 한다. 사실 나도 많이 변하고 나의 취향도 선호도도 생각도 감정도 많이 변했다. 분명히 나는 매일 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대체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