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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5. 2022

뿌리없는 나무도 자랄 수 있게

한국인의 뿌리를 잊지마라

pexles


옮겨 심은 어린 나무들은 3-5년 정도 지나야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나는 언제쯤 어딘가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제3문화아이 Third Culture Kid 는 어느 한 문화에 속하지 못하고, '뿌리'가 없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문화가 다른 새로운 국가에서 발달기의 상당 부분을 보냈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 본국으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어느 한 문화에 완벽하게 소속감을 느끼고 뿌리내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어린 묘목을 심어 단단히 뿌리내리도록 가꾸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큰 나무를 옮겨 심어야만 하는 경우도 있죠. 어느 정도 성장한 나무는 옮겨 심는 과정에서 뿌리가 많이 잘려나가고 잎도 그만큼 잘라내게 된다고 해요.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성장한 한 사람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의 뿌리가 잘리고 잎이 잘리는 상황에 맞닥뜨립니다. 어린 아이들은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백지 위에 그리는 첫 그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이미 캔버스가 꽉 차 버린 어른은 그림을 수정하고 삭제하고 덧칠하는 과정을 겪어내야만 해요.


10대의 성장발달기에는 우리가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을 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인지능력이 발달하며 독립적인 사고와 의사결정을 하게 되죠. 그리고 그 사춘기 격동의 시절에 겪은 경험들은 급증하는 호르몬과 함께 인생 전반에 각인됩니다. 이후 나이가 들어 다른 여러 경험이 쌓이더라도, 그 시기에 경험한 개개인의 감수성과 감정선은 다른 어떤 경험보다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이도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려고 노력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생활 속에서 직접 겪으며 각 문화에 대한 수용도와 민감성이 높지만, 어느 한 문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다른 곳에서 자라면서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뚜렷한 차이를 갖습니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 새로운 통창력을 줄 수도 있고, 더 나은 접근 방법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제3문화아이는 단순히 다른 문화를 연구하거나 분석하기보다 해당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다른 뉘앙스를 본능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문화와의 다른 점이나 같은 점 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화 간을 아우르는, 여러 문화를 관통하는, 다양한 문화에 걸치는, 문화 초월적인...

높은 사회적 민감성, 사고방식의 유연성, 세계시민, 글로벌 노마드, 다국어 능통자, 국제적 인재 ...

그 새로운 문화를 모문화로 습득하는 한 제3문화아이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미래의 원형 시민 the prototype citizens of the future"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훌륭한 미국인이 돼라. 그러나 한국인의 정신을 잊지마라”


한국의 독립 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님께서 장녀인 안 수산 여사에게 하시던 말씀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국인의 정신이 무엇일지, 저는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국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이민자로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말이죠.


제가 겪었던 정체성 혼란의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어주길 누군가에게는 타인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라며, 지금 어디에 계시던 당신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외국인 남편 덕분에 배운 자존감 대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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