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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an 06. 2023

맑고 깊은 물처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 줄 때마다

할머니께서 산에 사시는 스님께 지어오셨다는 제 이름은 정말 특이합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단 한 명도 동명이인이 없었다가, 최근에는 한국으로 이민오신 외국 분과 한 학생 분이 검색 결과에 나옵니다 ㅎㅎ 한국인들도, 외국인들도 두 번 세 번 묻는 이름입니다.



제 이름이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부르는 걸 처음 들은 순간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바로 2008년 개봉한 영화 <신기전>의 주인공 이름이 제 이름과 똑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간 영화관에서 "홍리를 잡아라!" 소리치며 달려오던 악당들에 맞서서, 목숨을 바쳐 신기전을 개발하고 조선을 지킨 인물에 반해버렸죠 ㅎㅎㅎ



제 이름은 행정절차의 오류로 '리'가 '이'로 바뀐 적도 있었어요! 90년대 후반 두음법칙이 적용된 한자 성의 한글표기를 위해 '리'씨 성을 '이'씨 성으로 일괄 변경된 적이 있었는데, 너무 꼼꼼하신 직원분께서 제 이름의 '리'도 '이'로 바꿔버리신 거죠! 정부기관의 실수라도 바로잡는 게 정말 복잡하지만, 저희 엄마께서 제 이름을 지켜내 주셨습니다 ㅎㅎㅎ


많은 분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하시는 제 이름에는 ‘맑고 깊은 물처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 는 뜻이 있습니다.


저의 특이한 이름은 대학교 수시 준비할 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면접준비를 하면서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자기소개서 첫 문장에 당락이 결정된다는데, 제 이름이라도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게다가 동명이인 지원자는 100% 없을 테니,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저만의 특징이라며,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하다니 아주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기소개서 첫 문장을 취직할 때에도 쓰며 10년을 우려먹었어요 ㅎㅎㅎ




소중한 내 이름이 가치롭게 빛나고 있다.


평생을 써온 제 이름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건,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재작년 일입니다. 자기소개서처럼 작가 소개를 작성하다가, 제가 정말 제 이름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스스로를 돌아보던 순간, 소중한 내 이름이 가치롭게 빛나고 있었어요.


저는 제 이름처럼 맑고 깊은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항상 밝은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되는,

맑고 투명한 언행으로 신뢰를 주고,

넓은 시각으로 전체를 볼 수 있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희망과 행복을 전달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가 제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그 뜻을 되새깁니다.


저는 상당히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이전의 사고방식으로 돌아가는 저를 발견합니다.


꿈을 쫓으라고 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참지 못하는

상대를 존중한다고 하면서, 조금이라도 선을 넘으면 거리를 두고

잔잔한 일상이 소중하다고 하면서, 계속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가

원하는 삶을 살라고 하면서, 대다수와 다른 모습에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가치롭게 빛날 소중한 제 이름을 위해, 저는 여전히 매 순간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모습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도 기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서는, 그 꿈을 이루는 과정까지도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점을 더 많이 보기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게 행복은 늘 머뭇거리게 됩니다.


작년에 행복한 순간을 적어본 글을 모아 브런치북을 만들려고 했는데, 표지와 제목까지 만들어두고 아직도 발행을 못했어요. 행복을 표현하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올 한 해,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기로 선택하려 합니다.


그렇게 제 노력을 글로 남겨봅니다.


지금은 의식의 흐름의 기록일 뿐이지만, 반복되면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흐름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내가 한 선택의 이유를 다시 읽고 적으면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 낼 것입니다.

제 이름처럼 시야를 넓게 보고 생각을 깊게 하고 진심을 맑게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의 새해 다짐입니다.








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이 달에는 순차적으로 앞선 작가님이 지정한 문장을 포함하여 글을 이어가는 글쓰기 릴레이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지정한 문장은 <이것이 저의 새해 다짐입니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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