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여러분, 혹시 신년 운세 보시나요? 저는 매년 재미로 인터넷에서 한 번씩 검색해보곤 하는데요. 작년의 고난은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니 지나간 일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찾아올 기회에 집중해서 반드시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운세가 나왔어요!
고백합니다... 사실 저는 '프로과거미화러'였어요. 현재를 살지 못하고 항상 미래를 기대하거나 과거에 머물러 있었어요. 저의 현재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문제가 많아,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고 항상 제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도피성으로 해외생활을 하거나, 완전히 다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새 회사로 이직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글 쓰는 마음 2023년 첫 레터...❤️
되돌아보면... 저는 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주었고, 수많은 기회가 찾아왔었어요. 그런데 당시에는 왜 알지 못했을까요? 제게 행복은 늘 머뭇거리게 됩니다... 행복을 표현하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 한 해,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기로 선택할 것입니다! 라고 선언했어요.
그러니까 어제 별로 중요하지는 않은 저의 의식의 흐름은 이랬습니다.
전날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심심해하며 다른 사람들은 뭐 하고 사나 블라인드나 보다가, 브런치 어플에서 추천된 브런치북이 눈에 띄었습니다. 단숨에 브런치북 두 권을 독파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남은 한 권을 읽고, 어제 아침부터 또 다른 한 권을 읽었죠.
세상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제가 느꼈던 같은 깨달음을 그분은 더 심도 깊게, 더 치열하게, 동시에 더 우아하게 글로 남겨주셨어요. 그 글을 읽고 용기를 내라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이에요!
왜 이 작품이 책으로 안 나왔지? 호들갑을 떨고 동네방네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있던 찰나, 브런치 카카오톡 채널에서 2022년 콘텐츠 결산 중 리트윗 1만을 받았다는 작품으로 소개가 됐지 뭐예요! 아 역쉬 원래 유명한 작품이었구나 ㅋㅋㅋ 내가 이제야 봐가지고 ㅠㅠ
그 브런치북에서 읽은 인상 깊었던 내용은, 우리가 이혼한다면 손예진과 감우성처럼 사려 깊은 이혼을 할 줄 알았다는 부분이었어요.
남편이 제게 한 말 중에, 우리가 이혼한다면 제가 미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자신이 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제안했었어요. 당시 분노에 가득 차 있던 저는 어차피 지금도 내 월급으로 월세내고 내 월급으로 생활비 하면서 뭘 생색내듯이 그러는지 기가 막혔지만, 그래 고맙다 하고 말았었죠.
시간이라는 덧없음을 견디게 하는 것은 지난날의 기억들. 지금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기억이 된다. 산다는 것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달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찾아보니 어머나 이건 완전 난데? 나=손예진? 꺅 ㅋㅋㅋㅋㅋ 이런 주옥같은 나래이션과 독백이라니! 세상에 이런 드라마가 있었다니! 심지어 책으로 먼저 나온 작품이라니!
제멋대로인 기억은 과거를 지나치게 미화시킨다. 그래서 나에게는 조금만 더 일찍 미화시킬 수 있도록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장점을 보는 시각
지금 감사할 일을 찾는 마음
지금 사랑을 표현할 말
지금 실천할 수 있는 시간
나는 왜 공주님들처럼 지금의 행복을 만끽하지 않을까?
나는 왜 요정처럼 귀엽고 깜찍하게 현재를 즐기지 않을까?
나는 왜 댕댕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표현하지 않을까?
나는 날 때부터 흑쪽이었나?
블라인드 의 현답처럼...
우리 남편은 나 때문에 살짝 흑화 됐다.
나는 조금씩 동화되고 있다.
어쩌면 10년 20년 뒤, 나는 하와이에서의 삶이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이사 가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데... 막상 이사 가면 이곳이 그리울 때가 있을까?
남편이 바빠지면, 아무것도 안 해도 같은 공간에 있었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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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한국의 예능 프로 <캐나다 체크인> 을 통해 다시 보게 된 <라디오 스타>
최고의 남편감이라고 화자 되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 이지혜 문재완 부부
순하고 착하고, 감정기복을 받아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넓은 그런 남편.
언제나 한결같은 남편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
망설이고, 주저하고, 눈치 보고, 자존심 싸움 하지 않는
내가 늙어가는 모습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네가 늙어가는 모습도 받아들일 줄 아는
그런 성숙한 인격체.
감정기복 심한 내가 왔다 갔다 하면서 평정을 유지하는 남편을 만날 때마다 고마워해야 할 판인데
결국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건 나인데 왜 같이 동요해주지 않냐고 남편을 원망한 꼴이다.
이상순과 문재완이 최고의 남편인 이유는 결국 이효리랑 이지혜랑 결혼했기 때문인 것
우리 남편은 객관적으로 볼 때 충분히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원한 남편은 내가 흔들릴 때 나와 같이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를 위해 중심을 잡아주고, 우리를 위해 안정적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원했다.
그러니까 우리 남편도 최고의 남편으로 내가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남편에게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부모님을 위해 몇 년 간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며 후회 없이 보내드리는 사람도 있고
인생의 큰 변곡점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휴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이 다 말려도 고군분투하다 성공해내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을 뿐, 감히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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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지금 남편이 하는 모든 일들을 존경하면서도 동시에 실망하게 된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 양가감정.
내가 나의 꿈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다면 남편은 분명히 그 시간을 참을성 있게 기다려 줬을 것이다. 내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가 결국 포기한다 하더라도, 남편은 "수고했어. 좋은 경험이었잖아! 어느 선택을 하던 정말 용기 있는 선택이야." 하면서 나의 도전도 포기도 응원해줬을 것이다.
내가 현실의 모든 일을 버리고 우리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면 남편은 "잘 다녀오라" 고 해줬을 것이다. 내가 일을 쉬면서 한국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을 챙기길 바란다면 남편은 그 역시도 기다려줬을 것이다.
내가 자아를 찾는다며 이리저리 여행을 다녀오고, 관리한다며 쌍수도 하고 피부과도 가도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찾는다며 이곳 저곳 찔러보고, 단 돈 10불이라도 벌었다면
내가 피곤해 죽겠다며 퇴근하고 오자마자 드러누워 침대에서 떠먹여 주는 밥만 먹고 있어도
그래 그래 해주는 사람.
나도 예쁜 마음으로 남편에게 똑같이 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안정되고 평온한 남편은 나의 이상형이었다.
사실은 남편이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 여기 이곳에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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