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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Jul 20. 2022

그 아이는 커서...

남편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Photo by Tatiana Syrikova: www.pexels.com




벌써 우리가 만나지도 7년, 곧 결혼한 지 4주년이 다가온다.


뭐든지 빨리빨리만 살다가 일생이 느릿느릿한 남편을 만나 속도를 맞추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나를 되돌아봤다. 내가 어떤 사회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회상하면서 만약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어떻게 자랐으면 좋을지 고민한 글이다.




남편은 나의 중심이 되어준다. 


나는 다른 사람들 만나서 팔랑팔랑팔랑팔랑 거리는 서타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날아올라가다 기압차로 팡 터져버리는 풍선 같은 나. 


사실 나는 내가 상대에 맞춰주는 편이다. 강하게 나의 의견을 펼칠 것처럼 드세보이지만 "너를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 한마디에 사르르 녹는다. 가스 라이팅 당하기 딱 좋은 나란 인간.


그래서 내가 흔들릴 때 상대도 같이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너는 왜?" 여기까지 가면 끝이다. 그래도 끝나기 전 백번은 더 흔들리고 싸운다. 그러다 헤어지는 거지 뭐...




하지만 지금 남편은 작렬하는 태양. 은하수를 끌어당기는 어마 무시한 중력의 힘을 가진 사람.


그렇게 먼지처럼 가볍게 자유롭게 떠다니다가, 집에 딱 들어가는 순간 초강력 자석에 끌리는 철가루처럼 착 붙는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온다. 


안정적이고 한결같은 사람. 나의 중심, 나의 가정, 내가 돌아갈 곳.





Photo by Vlada Karpovich: www.pexels.com




남편은 정말 다정한 사람. 무언가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열 가지 있다면 남편은 열 가지 모두를 조곤조곤 자세히도 설명해준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이 때는 이럴 수도 있고 저 때는 저럴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이러 저렇게 할 수도 있고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너의 생각은 어때 

너의 의견을 말해줘


그런데 문제는 성격 급한 내가 


아 다 안다고! 1번 할 거라고!!!

1번이 정답이지 사람들 전부 다 1번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늦었어! 


하면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선택하게 되는 패턴을 알아챘다 ㅠ 


그래, 결과가 어떻든 과정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건데... 그리고 그게 더 중요한 건데.




물론 남편 말이 다 맞는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폭주하는 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남편 덕분에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살아온 것보다 남편을 만난 3년 동안 나는 더 성장했다. 


그래서 만약 기회가 된다면 남편과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기도 하다. 남편을 만나고 내가 많이 성숙해지고 긍정적일 수 있게 된 것처럼 살면서 최고로 행복하지는 않지만 가장 안정적인 상태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이도 자라면서 그런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고민하게 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을 고민하거나 유모차를 뭐 쓰고 이유식을 뭐 만들고 옷을 뭐 입히고,

학교를 어디로 보내고 대학 학비를 어떻게 마련하고 여름마다 한국 가서 학원을 보내고,

그런 피상적인 고민보다는 실질적으로 내가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됐는지 생각해봤다.


아이의 정서를 어떻게 돌봐줄 수 있을지 내가 그만큼 안정적인지,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존중해줄 수 있을지 내가 그만큼 깨어있는지,

다문화와 혼혈로 자랄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을지 내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일인데...



남편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물론 나도 좋은 엄마가 되려고 최선을 다하겠지. 


그런데, 남편과 나의 합이 좋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남편이 나에게 좋은 남편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바라는 게 더 많아지고 필요한 게 더 많아질 텐데, 나의 기대를 내가 조절할 수 있을까?


사소한 일로 감정 다툼이 생기면 어떡하지? 우리가 아이 때문에 사랑 없는 결혼 유지하면 어쩌지? 그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우리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딩크는 외로울까? 아니면 딩크라서 행복할까?


한 사람의 인생 감히 어느 누가 평가하겠냐만은, 남편 없고 자식 없어서 외롭다 박복하다 의미 없다 하는 사람들은 남편과 자식 때문에 사는 걸까? 아니면 그만큼 남편과 자식이 주는 행복이 크다는 소리일까?


내 인생에 의미가 없다는 건, 나 스스로가 어떤 의미도 부여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텐데.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을까?




분명한 건 이 수많은 고민들 속 나는 더더욱 딩크로 마음이 굳었다는 것. 


일단 나부터 스스로가 행복해져야 하니까. 그리고 내가 너무나도 행복해서 이 행복한 인생을 아이도 살았으면 좋겠다고 느껴질 때, 그때부터 다시 백번은 고민해야 봐야지.







심리상담가 미국인 시어머니의 육아법


1. 우리... 딩크 할까요?

2. 교육의 목적 : 공부 공부 공부, 맹모삼천지교 vs 호기심 천국

3. 사랑의 표현 : 금이야 옥이야, 현실적 환경 vs 정서적 충만

4. 인생의 의미 : 엄마는 왜 나를 낳아서, 이생망 vs 오래오래 행복하게

5. 자유의 존중 : 미국 시댁 방문 일화, 해쳐모여 vs 각기도생

6. 육아의 목표 : 낳실 제 괴로움, 희생과 지원 vs 존중과 자립

7. 효도의 정의 :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도리 vs 각자의 인생과 만족

8. 마음의 방향 : 인생의 모든 순간, 혼자 10걸음 vs 10명의 한걸음

9. 자아의 형성 : 너는 어떤 삶을 살까, 사랑받는 vs 사랑 주는

10. 남편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brunch.co.kr/brunchbook/kim70064789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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