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이 Jul 17. 2022

미국 시댁의 개인 플레이

육아의 목표 : 낳실 제 괴로움, 희생과 지원 vs 존중과 자립

개개인이 다르고 집안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를 테니 개인적인 경험으로 읽어주세요 : )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민 글 중

부모님과 시부모님의 노후 대비 여부가 결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거나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결혼을 생각하지도 말라는 조언이나

결혼할 사람 집안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고민한다거나

이혼 경력이 결혼의 장애물이 된다거나... 하는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단 하나밖에 없었던 가정의 모습이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많이 다양해진 것 같다. 그리고 아직 많이 접해보지 못해 낯선 상황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직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익숙하지 않아서.




pexels.com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미국. 그리고 그 다양성이 독특한 개성이 되고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개척해나가는 그런 나라. 자유와 선택의 나라. 그리고 그런 나라에서 나고 자라 그게 당연한 사람들. 부모님도 자식의 자유를 존중하고 자식도 부모님의 자유를 존중하는 어떻게 보면 아주 이상적인 형태의 가족도 있다. 물론 모든 가정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그렇다.


부모님의 행복도 부모님이 직접 추구한다. 아이가 어려도 단호하게 이혼을 선택할 수 있고, 연애나 재혼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 성인이 될 때까지만 자식을 거두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독립해서 사는 게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노후에 부양의 의무를 주지도 않는다. 자식에게 효도 바라거나 부모에게 지원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줄 때에도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와 주는 것.


그러니까 자식이 수입이 0원인 상태에서도 자식의 경제적 능력과 부모와는 무관한 것.

성인이 된 자식이 어느 날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갑자기 고백해도 바로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

누구와 연애하던 결혼하던 이혼하던 재혼하던 다른 형태의 가족을 만들던 자식의 선택임을 인식하는 것.

비혼을 선언하던, 딩크를 결정하던, 자녀계획으로 축구팀을 만들던, 입양을 하던지 그에 따르는 책임을 본인이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떻게 보면 냉혈한일 수도 어떻게 보면 정 없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르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시댁 와서 자고 가라

하루에 한 번 연락해라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라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혼도 안 하고 가정을 지켰는데!


그래 모두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희생을 감수하지도 않았을 테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보고 싶지도 않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희생하면서 보상을 바라는 것보다 어쩌면 독립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적극 추구하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 나을까?


내가 부모라면 당시의 초보 엄마로서 내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서 정말 죽을힘을 다해 뼛골이 빠지도록 금이야 옥이야 키웠는데, 과거 그 환경을 전혀 모르는 아이는 내 등에 올라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왜 다이아몬드처럼 키우지 못했냐고 원망 듣는다면 아이를 옛날만큼 사랑해줄 수 있을까?


등에 엎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는 법을 가르쳐야 했을까?




<응답하라 1988>




어쩌면 우리에게는 익숙한 모습.


아버님 따님과의 결혼을 허락해 주십시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다 큰 성인이 어쩌다가 부모님의 허락이 있어야만 뭔가를 할 수 있게 됐을까?


물론 효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일 것이다. 나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어서겠지.


8수를 해서 부모님의 소원인 법대에 입학해야만 했던 자식은 행복했을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면 그게 진정 의미가 있을까? 왜 정봉이는 십수 년이 지난 뒤에야 부모님께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고백하게 됐을까? 그리고 왜, 대체 왜, 정봉이는 자신의 진로까지도 부모님께 허락을 구해야만 했을까? 그땐 그게 당연할까?


어릴 때부터 사랑하는 사람과의 합법적인 결혼도 왜 무릎 꿇고 앉아 부모님을 설득해야 할까? 당연히 부모님께서 축복해주시는 관계가 좋긴 하지만, 왜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부모님의 기준에 맞춰 평가해야 할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도 축복해줄 수 없을까?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 그러니까 그 두 집안을 책임질 자식의 결합이라? 부모는 자신의 인생이 아닌 부모로서의 인생이고, 자식 역시 스스로의 인생이 아닌 부모와 가족이라는 관계에 묶여있을 수밖에 없을까?


반대로 부모가 결혼을 우리에게 허락받고 했는가? 부모의 이혼이나 재혼 모두 아이들이 찬성 또는 반대할 무조건적인 권리를 주는가? 본인의 선택으로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한 것 아닌가?


도대체 우리를 막는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일까? 사회? 상식? 눈치? 체면?


어쩌다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행복을 자급자족할 수 없게 되었을까? 왜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할까? 왜 자식들이 각자의 인생을 살게 내버려 둘 수 없을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너무 많이 사랑하니 경제적으로 힘든 자식을 지켜보고만 있지 못하겠고, 너무 많이 사랑해서 미래가 불투명한 결정을 하는 걸 놔두지 못하겠고, 너무 많이 사랑해서 힘들어하는 자식 일에 두 팔 걷고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너무 많은 사랑이 권력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 부모님 말씀을 거역할 수 없게  자녀를 속박하는 기준이 된 것 아닐까?


내가 널 이만큼 사랑하는데 너도 당연히 이렇게 해야지!

내가 너에게 이만큼 지원해줬는데 너도 (또는 며느리도) 이 정도는 해야지!




Photo by Pixabay




내가 남편과 결혼식을 계획할 때 굉장히 신선해서 충격적이었을 정도로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 있었다.


남편은 평소에도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반대하는 법이 없다.


"그래~ 잘됐으면 좋겠다~"

-> 즉, 네가 하고 싶으면 네가 해라.


기본값은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한다.

그게 시댁을 위한 일이든, 친정을 위한 일이든, 우리 가정을 위한 일이든, 나를 위한 일이든, 자기를 위한 일이든.


이게 겉으로는 굉장히 이성적인 일이지만 속에서는 얼마나 썩어 들어가는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기에 필요한 일이 있다. 내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살려면 해야 하는 일.


무언가 사건이 생겼다. -> 사건을 이렇게 저렇게 해결해야 한다.


여기서 나는

사건 -> 문제 상황 -> 문제 해결 -> 해결책까지 생각이 가는 반면,

남편은

1. 사건. 끝. or

2. 사건 -> 문제. 끝.


사건이 문제라는 생각도 없고, 만약 문제라고 느껴도 그냥 놔둔다. 해결하려고 하질 않음. 하지만 내가 이런 일들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내가 직접 해결하는 것.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상당히 고민할 만한 문제들, 위에 언급되었던 부모님의 노후대비나, 장애나 질병여부, 성소수자, 이혼경력 등등,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만약 문제라고 느껴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로 바퀴벌레? 문제 ㄴ 곰팡이? 문제 ㄴ 적은 수입? 문제 ㄴ 월세? 문제 ㄴ 갈등? 문제 ㄴ 거의 득도하심)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포용력일까.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대한 존중일까. 더 큰 세상을 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인류애인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같지는 않을 것.




그런데 시댁이 그렇다. 너의 문제는 네가 해결해라.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네가 실행해라.


시댁에 방문해도 따로 정해진 일정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시댁에 연락을 안 드려도 별 말 없지만, 내가 시댁에 뭔가 아주 작은 것을 해드렸을 때 굉장히 즐거워하시며 고맙다 말씀하신다.


마찬가지로 시댁에서 나에게 뭔가를 해주셔도 보답을 바라지 않으시고, 내가 시댁에 뭔가를 해 드려도 대가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


이게 나에게 굉장히 신선했다.

아, 그래도 되는구나.

아, 그렇게도 생각하는구나.

아, 나에게는 당연한 건데 우리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구나.


나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ㅋㅋ) 우리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주고 싶을까?







심리상담가 미국인 시어머니의 육아법


1. 우리... 딩크 할까요?

2. 교육의 목적 : 공부 공부 공부, 맹모삼천지교 vs 호기심 천국

3. 사랑의 표현 : 금이야 옥이야, 현실적 환경 vs 정서적 충만

4. 인생의 의미 : 엄마는 왜 나를 낳아서, 이생망 vs 오래오래 행복하게

5. 자유의 존중 : 미국 시댁 방문 일화, 해쳐모여 vs 각기도생

6. 육아의 목표 : 낳실 제 괴로움, 희생과 지원 vs 존중과 자립

7. 효도의 정의 :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도리 vs 각자의 인생과 만족

8. 마음의 방향 : 인생의 모든 순간, 혼자 10걸음 vs 10명의 한걸음

9. 자아의 형성 : 너는 어떤 삶을 살까, 사랑받는 vs 사랑 주는

10. 남편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남편이 미워질 때 보는 책




https://brunch.co.kr/brunchbook/kim70064789




https://link.inpock.co.kr/loveyourlife


매거진의 이전글 '낳음' 당한 아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