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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 Oct 27. 2023

내 안의 ‘카산드라’에게

정서적 박탈감이 삶을 갉아먹는 과정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공주이며, 무척 아름다운 외모로 아폴론에게 구애를 받아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하지만 카산드라가 능력만 얻고 떠나자, 화가 난 아폴론은 그녀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도록 ‘설득력’을 빼앗아 버렸다. 그 저주로 인해 트로이 전쟁에서 거대한 목마를 들여선 안된다고 절규하였으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게 된다.


실제 카산드라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카산드라와 같은 ‘절규’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여 카산드라 증후군이라 부르게 되었다.







카산드라 증후군 Cassandra phenomenon

감정 박탈 증후군 Affective Deprivation Disorder




카산드라 증후군, 또는 감정 박탈 증후군은 부부나 연인 등의 친밀한 관계에서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주로 감정 인지, 교감, 공감 능력이 결여된 파트너 (아스퍼거, 회피형 애착 유형,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며, 정서적으로 박탈되고 결여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증상들을 지칭한다.


-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번아웃, 경계성 인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 질환적인 증상은 물론,

- 의존적 성향, 자존감 저하, 자아정체성 상실, 분노, 고립감, 외로움, 공허함, 좌절, 실망 등의 심리적인 증상과

- 편두통, 피로감, 월경 전 증후군,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의 신체적인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공감을 해주면 해소될 수 있는 스트레스들이 누적되는 것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부재하여 정서적으로 결여된 상태가 돼버린다. 감정을 호소하지만 가장 가까운 배우자나 연인에게까지 결국 공감을 받지 못하는 사소한 사건들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일어나 트라우마를 지속해서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서적 단절이 파트너의 정신과적 질환으로 인한 것으로, 상대에게 상처 주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책임이 아닌, 두 사람 간의 행동과 반응의 패턴에서 관계 상호작용이 악화되는 관계형 장애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된다.


카산드라 증후군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성은 정상인(신경전형인)이 비정상적인 관계에서 자기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 파트너에게 악한 의도가 없으므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하고,

- 정서적으로 무시받는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기 때문에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하거나,

-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자기혐오, 열등감, 자격지심이 커지고,

- 타인에게 집착하거나 지나치게 비위를 맞추려 노력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 애정을 구걸하는 의존적인 성향으로 바뀌어 종교에 빠져버리거나,

- 타인의 의미 없는 친절함에 감동받아 외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 또한 대인관계에서도 문제를 겪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매사에 의욕적이고 활달했던 사람도 소극적으로 행동하거나 항상 주눅 들어 있고, 자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남편이 아스퍼거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감정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색을 해보는데, 뉴로티피컬레이디 작가님의 브런치북을 읽고 굉장히 공감하였다.


추천 글:

아스퍼거 남편을 둔 아내의 카산드라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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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

인간으로서 본질적인 감정의 이해와 공감

감정의 표현과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대화 방식

연인/배우자 등 상식적인 관계에 대한 이해...


아주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사항들이 박탈된 상태라니,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그 억울하고도 억울한 심정이 분명히 있다.




정말 말이 안 통해 속이 타들어갈 때는

차라리 나를 때렸다


제발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네 얘기 말고

네 생각 말고

네가 하는 행동 말고

네가 어떻게 느끼는지 말고!!!


내가 하는 말 좀 들어달라고...


가슴을 치고

뺨을 내려치고

머리를 박고

온몸에 멍이 생겼다


그 정도로 말이 안 통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남편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그래서 나는

내 감정을 스스로 정의하고

인정받는 것이 정말 중요해졌다.


남편의 왜곡된 해석이나

남들에게 겉에서 보이는 단편들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내가 바라는

나의 감정...







“네 남편 좋은 사람 같아 보이는데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쁘지 않을 거야~”


이 말은 내가 창 밖만 보면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에

자살 예방 센터에 전화해서 연결된 상담사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진짜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싶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가장 먼저 듣는 답변.

내가 힘들다는데, 힘들어 죽겠다는데,

어렵게 입 밖으로 꺼내자마자 부정당하는 대답.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내가 몇 년을 해온 고민을 일축시키는 말.

그냥... 제발... 내 감정을 인정해 줄 수는 없을까?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이해해 줬더라면 나도 조금 나아질 수 있었을까?




“네 남편은 이런이런 좋은 의도였을 거야~~”


그건 나도 아는데, 그럼에도 기분이 슬플 수 있잖아...

지금 너와 대화하고 있는, 눈앞에 존재하는 건 나인데,

내 얘기를 들어주면 안 되겠니?






“와이프를 위해 콜라 사간다고 마트에서 내려달라 하시더라고요.
정말 다정하신 것 같아요! 너무 부러워요~”


이 말을 들은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혼에 대한 고민을 어렵게 털어놓으며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대화가 안 통해서 이런저런 고민을 참 많이 했었고,

2년 간 외벌이를 하며 외노자로서의 고충도 가장으로서 부담감도 상당하다고 다 설명했었는데...


그분이 차가 있으셔서 남편을 집까지 태워다 주시는 길이었는데

남편이 나를 위해 콜라를 사가야 해서 마트 앞에서 내려달라고 했다고

너무나도 다정한 남편을 둔 내가 너무 부럽다는 말을 듣다니


진짜 눈앞이 깜깜해지며 숨이 턱 막혔었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부탁해야지만

고작 하는 건 콜라나 사다 주는 거였는데


나는 5불짜리 콜라면

행복해야 하는 걸까?


내가 주제도 모르고

더 많은 걸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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