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를 믿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기억하기
중심을 나에게로 옮기기.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매 순간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
부부 공동체라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영향을 받지 않기란 불가능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는
긍정적인 부분을 보기 위해 시선을 돌리고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하루를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찾으며...
나는 사실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나는 사실 ‘남편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1. 나는 지금 이 상황에 화가 났다.
나는 이사가 기를 너무나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계속 살아야만 하는 상황이 화가 났었다.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서툴게 남편에게 화로 표출해 버렸다.
사실은 남편도 나와 같은 것을 원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한 팀으로 그 문제를 함께 해결했어야 했는데
나는 남편을 적으로 두고 생각했다.
이곳은 남편의 시험 준비에 가장 최적화된 곳이기 때문에
남편이 시험을 볼 때까지는 이곳에 있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이렇게 불행하다면 시험을 미루더라도
이사를 하는 선택지를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사도 빨리 가고 싶고 남편이 빨리 시험도 봤으면 하는 마음에
이도저도 못하고 스스로의 발을 묶어두었다.
2. 그동안 내가 자발적으로 포기했던 기회들이 억울했다.
차라리 그때 부서 이동이라도 했었더라면
그때 그 기회를 잡았더라면...
이럴 줄 알았다면 다르게 했을 텐데
하지만 당시에도 내가 한 선택이었다. 하고 싶어서 했던 선택.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그 선택들을 후회하고 있다.
되돌릴 수도 보상받을 수도 없는 과거의 일에 나를 옭아맸다.
그래도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하긴 했었으니
나 스스로를 놓아주어야 한다.
3. 그러니까 사실 내가 남편을 믿지 못한다는 건, 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가 정말 정말 이사를 가고 싶었으면
멱살 잡고 하드캐리 해서라도 이사를 갔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외국인으로서 인종차별도 무섭고...
전혀 알지도 못하고 연고도 없는 새로운 곳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두렵다.
그래서 현지인인 남편에게 그 선택을 일임하는 것 같다.
그 두려움과 불안감을 남편에게 투영하고 있었다.
남편 때문에 우리는 남편의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까.
나의 보상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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