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 국제부부, 우리도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빠 껌딱지 아기

by 홍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나는 약간 팔랑귀라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내가 20대 때에는 주위에 결혼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골드 미스

커리어 우먼

자발적 비혼 등

다양한 사회적 현상이 자리 잡던 시기


내가 한국 나이 서른에 결혼했을 때에도

주위에 임신/출산/육아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딩크족

자발적 비출산

노키즈존 등

욜로와 파이어가 공존했던 시기


내일모레 마흔을 바라보는 지금은 반반인 것 같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난임으로 오래 마음 고생 하신 분들도 계시고

부모가 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는 분들도 계셨다.


결국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만 들은 것이었다...^^;




사랑과 전쟁, 애로부부, 탐정들의 영업비밀 등등

이혼은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되고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이혼 극복 프로그램에서부터

이혼 숙려 캠프나 결혼지옥 등 요즘엔 더 많이 방송되면서

이혼이라는 소재가 소비되고


우리 이혼했어요나, 돌싱글즈,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혼 후의 모습까지 공개되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나 금쪽같은 내 새끼로

간접 육아 체험까지...




육아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그런가

요즘에는 태하나 이진이 유준이 같은 아가들,

재민이의 계보를 잇는 귀여운 아가들이

알고리즘에 계속 뜬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빠 껌딱지 아기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ㅠㅠ


625459806_17889436785422786_8850941189988682841_n.jpeg 출처 : https://www.instagram.com/im_ju_1




아이를 좋아하고

또 아이들이 잘 따르기도 하는

남편은 분명 좋은 아빠가 되어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좋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까?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부모가 됨으로써 바뀔 우리의 관계에서

내가 여전히 남편을 좋은 남편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에도 이 감사함을 기억할까?




신혼 초, 스튜디오에서 살 때에는

가족계획은 생각조차 못했다.


그 후 이사 간 지역에서는 나름 알파룸(?)처럼 침실이 하나 있었는데

둘 다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다른 일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아이를 제일 갖고 싶었던 때는

임시숙소에 살면서 이사를 기다리던 때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이사할 집은 독일식으로 방 3개 구조인데,

전 세입자는 그 집에서 아기를 키우다가

하우스로 이사 가면서 집을 내놓은 상황이었다.


우리가 처음 집을 보러 갔을 때 집안의 느낌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어쩌면 우리도 그 좋은 기운을 받아

둘이 셋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달까?


이사 오고 나서 살림살이가 다 빠진 텅 빈 집의 이면을 보니

그 마음이 싹- 사라지긴 했지만 ㅠㅠ




남편도 비슷하게 느꼈는지

결혼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도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 싶으면

자기에게 언제든 알려달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안정형인 남편은 나에게 준비되면 대답해 달라는 말을 끝으로

단 한 번도 재방송(?)하거나 재촉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것도 진짜 대단함 ㅠ


지금의 우리는 남편은 매일 출근하고 나는 재택 파트타임으로만 일하니까

시간도 많고 공간도 넓고 뭔가 내 마음이 넉넉해졌다


직장과도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스트레스 받는 일도 줄어들고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실은 한식당이 없어서 ㅠㅠ) 요리도 하게 되고

새댁 느낌 나니까 나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요즘 남편과 나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랩탑을 켜서 글을 쓰던 유튜브를 보던 뭐라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남편이 출근할 때, 퇴근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ㅋㅋㅋ


나는 요즘 거의 bye링구얼에서 0개 국어로 전락했는데

남편이랑 나랑 한국어 가끔 중국어 그리고 요새는 독일어까지 말도 안 되게 섞어서 대화한다.

그중에 내 기준 제일 귀여웠던 말


"Did I 깜짝이 you?"

"Did I give you a 깜짝이?"

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우면 끝난 거라던데 ^^





2/5/2026


이 날도 일하고 있었는데 부엌에 있던 남편이 창 밖에

메그파이 세 마리가 앞 건물에 날아다닌다고

얼른 봐 보라고 해서 만난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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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026


이 날은 왜인지 뭔가 기분이 다운되어 있어서

불 다 끄고 소파에서 넷플리스 보고 있었는데

남편이 조용히 저녁을 만들어줘서

깜깜한 방에서 같이 먹은 날 ㅎㅎ


불 켜라고 하거나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옆에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2/9/2026


이 날은 남편 동료 집에 초대받아 저녁 먹고

무릎냥이 저녁 내내 쓰다듬고 온 날

내숭은 아니었는데 저녁 너무 조금 먹어서

맥주 사 와서 라면이랑 먹은 날 ㅋㅋㅋ


우리 집 쪽으로 가는 트램 두 개 중

하나는 멀리 내리고

하나는 가까이에서 내리는데

내가 멀리 내리는 트램 안 탄다고 마트 가서 기다리자고 버텼다가

저 맥주 들고 트램 타고 결국 걸어감 ㅠㅠㅋㅋㅋㅋㅋ




2/11/2026


하와이에서는 자기는 소음이 있으면 잠 못 잔다고 유난 떨어서

라디오 틀고 자는 게 습관이었는데 그걸 못하게 하더니 ㅡㅡ


시애틀에서는 잠자리가 바뀌니까 라디오나 티비 틀어놔야 잠 온다고

그런데 핸드폰은 전자파 나오니까 머리에 가까이 두기 싫다고

또 온갖 난리를 쳤었는데 ㅡㅡ


독일 와서는 침대 옆 테이블에 파우치 연결해서

핸드폰 안 떨어지게 자리까지 만들어 주고 나서야 ㅠㅠ

평화로워졌다 ㅠㅠ


어젯밤에 갑자기 이어폰 옆방에 있다고 가져다 달라길래

못 들은 척하고 남편이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 내가 가져다주려고 했는데!! 쿄쿄 하면서 장난쳤더니

내 옆에 놔주더니 두 손 나란히 해서 주세요 하고 받아갔다 ㅋㅋ


실없는 장난도 다정하게 받아주는 남편,

불 꺼달라거나

히터 켜달라거나

물 떠다 달라거나

귀찮은 일도 단 한 번도 싫어하는 내색 없이 해준다

어떻게 그러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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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026


바로 오늘 아침

책상에 앉아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앞 건물에 다람쥐 등장!!


다급하게 남편을 불렀더니

출근 준비하다가 바로 와줬다 ㅋㅋㅋ


4층 건물 꼭대기까지 닌자처럼 순식간에 올라갔다 내려왔다

나중에 우리 발코니에 달린 화분에 도토리 같은 거 놔두고

다람쥐들 올 수 있게 해 놔야겠다고 하니

남편이 다람쥐들 오면 똥 엄청 쌀 거라고 ㅋㅋㅋㅋㅋㅋ


똥 싸도 좋으니 먹을 거 없을 때 왔으면 좋겠다







~ 1월의 메뉴 ~


요리가 자신이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던 남편

부엌은 개판됐지만 요리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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