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온라인 집들이
뭐든지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해야 하는 독일에서는
이사 가기 3개월 전에 부동산에 고지해야 한다.
그 말인 즉, 우리가 집을 구하고 나서도
전 세입자가 이사 나가기를 2-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는 뜻.
9월 초에 입독해서 네 달 차에,
드!디!어! 이사를 갈 수 있게 됐다!
임시숙소에서도 원래는 한 달만 지내는 계약이었는데,
집주인 아저씨께서 흔쾌히 이사 가기 전까지 지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다 ㅠㅠ
처음에는 어차피 3년밖에 안 지내는데
그냥 임시숙소에서 살까 남편이랑도 이야기해 봤지만
집주인 아저씨께서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집을 찾으라고 추천하셨다
그리고 아파트로 이사 온 지금
겨울에 반지하 원룸에서, 그것도 두 명이서 한 공간에,
지내기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ㅠㅠ
덕분에 이사를 위한 행복회로를 돌리며
처음으로 가져보는 방 세 개 아파트에
이사 가면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
어떤 가구를 사고 어떻게 배치할지,
한동안 들떠있었다.
우리는 전 세입자가 설치한 주방과
벽지, 장판, 전등, 샤워실 거울/유리문, 커텐봉/커텐, 몇몇 가구들을 사기로 했었다.
이사 날짜가 정해지고,
밴이랑 기사님도 예약하고,
이케아 가구 픽업 예약 주문하고 (한 일주일 전부터 예약 날짜가 열리는데, 우리 이사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어가서 새로고침 눌렀다 ㅠㅠ)
아마존 배송 날짜 맞춰서 주문하고 (프라임 멤버십 무료체험 신청해서 무료배송받음! 대부분 배송 날짜에 맞춰 오긴 하지만 간혹 가다 서프라이즈가 있긴 했다)
결혼 내내 우리는 임시의 임시의 임시의 임시의 임시 상태로 지내왔던 터라
남편도 제대로 된 가구들을 갖추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직접 가구를 구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혼수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나고 설레어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는.데...
살림살이가 빠진 집은 사람이 살고 있을 때와는 매우 달랐고
건물과 가구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너무 낡았다 ㅠㅠ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오래되고 낡고 드럽고
제대로 마감된 부분도 없었고...
아무튼 처음 열쇠 받으러 간 날은
집 상태에 깜짝 놀랐달까...
게다가 전 세입자가 몇 년을 청소도 제대로 안 했는지
가구 밑에는 온갖 쓰레기에 먼지가 쌓여 눌어붙어 있었다 ㅠㅠ
전 세입자가 남긴 가구는
이케아에서 내가 골라뒀던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닳고 낡은,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내 정이 뚝 떨어졌다...
무게는 또 얼마나 무거운지 옷장 하나에 100킬로가 넘어
장판에 들러붙어서 움직이면 장판을 다 찢고
나 혼자서는 당연히 못 들고 남편이랑 둘이서도 옮기지 못했다.
그래서 전 세입자가 남기고 간 가구들을 전부 무료 나눔으로 독일 당근에 올리고
그 주 내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남겨진 가구들을 모두 비웠다.
전 세입자는 벽에 액자부터 벽걸이 가구까지 못구멍을 정말 많이 남기고 갔다...
이사 들어온 날 123개의 못구멍을 막거나 부분 페인트하고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구멍이 계속 튀어나와
144개까지 세고 부동산에 고지했다...
주방은... 냉장고는... 너무나도 더러워서 3일을 꼬박 치우고 닦고
이런저런 유지보수의 흔적은 너무나도 조잡했고 ㅜㅜ
심지어 거실방은 바닥 몰딩이 전부 떨어져 그냥 벽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음
페인트 한다고 홀더(?)를 전부 떼서 다시 붙였는지 삐뚤삐뚤해서 고정이 안 되어 보였다.
더 어이없었던 건 벽에 붙인 포스터를 그대로 두고 갔는데
포스터에는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양면테이프를 붙였는데
페인트 벽에는 쌩으로 양면테이프 붙여 놈...
아니, 보호를 하려면 둘 다 하던지!!
마스킹테이프 붙일 줄 알았으면서!!!
페인트 벽에 양면테이프를 붙이면 어떡하냐고!!!!! ㅠㅠ
심지어... 모든 방에 설치된 라디에이터 내부에 쓰레기가 잔뜩 버려져 있어서
라디에이터를 틀 때마다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ㅠㅠㅠㅠ
아니 어떻게 여기에 쓰레기를 버릴 생각을 했으며,
아기도 있으신데 어떻게 이걸 내버려 두고 사셨는지 ㅠㅠㅠㅠ
정말 한 달 내내 쓸고 닦고 팔이 떨어져라 청소해서
겨우 살만 하게 만들어놨다 ㅠㅠ
그래서 우리는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가구들을 모두 비우고,
가볍고 다용도로 편하게 쓸 수 있는
결국에는 시애틀에서 사용했던 가구들을 거의 그대로 주문했다 ㅋㅋㅋ
모든 가구는 나 혼자서도 옮길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물건들도 나 혼자서 옮길 수 있는 양만 남기기로 다짐했다.
이케아에서 옷장을 맞춤 주문 했는데 결국 다 취소하고
철제 옷걸이로 대신함...
옷 개수가 적어서 4계절 옷 전부 걸 수 있다.
여기서 잘 입고 다 비우고 가야지!
우리 집에서 가장 무거운 가구는 남편이 고른 저 소파인데,
무게가 85킬로다...
가구들이 생각보다 정말 무게가 많이 나가서 놀랐다.
그래도 펼치면 소파베드가 되어서
손님이 오셔도 자고 갈 수 있으니 좋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집은 낡고 더럽다 뿐이지
누수, 결로, 심각한 곰팡이, 해충, 역류, 악취 같은
정말 죽지 못 살 것 같은 문제는 없달까...
수압도 세고, 온수도 잘 나오고, 히터도...
아직까진 정전된 적은 없으니까
그나마 천만다행이랄까...ㅜㅜ
처음에는 삐걱거렸지만
그래도 새 출발이다!
나에게 미니멀의 교훈을 다시 알려준 집 ❤️
잘 부탁해!
여기서 잘 살고 갈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