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같은 낮잠시간
남편은 전업 수험생이었고
나는 외벌이 외노자였던 시절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각자 보냈던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남편은 자고 있고
나는 혼자 준비해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남편은 자고 있었다.
저녁에는 남편은 공부한다고 컴퓨터만 보고 있었고
나는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쳇바퀴 같았던 일상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막막한 생활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남편은 시험에 합격했고
해외로 취직까지 하게 됐다.
남편을 따라온 독일
이제는 내가 거의 하루 종일 누워있는다 ㅠㅠ
남편이 출근할 때
잘 다녀오라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해 주고
남편이 퇴근할 때
오늘도 수고했다고
현관문으로 달려가
맞이해주고 싶은데
참 이 게으른 몸이 따라주질 않네 ㅠㅠ
나는 요즘 매일매일
아무 소식도 듣지 않고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그날 그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특별한 계획은 없고 기분 내키는 대로
한식이 먹고 싶을 땐
아시아 마트에서 장을 봐와 음식을 직접 만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싶으면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우리 집 곳곳을 청소한다
사람이 그리울 땐
유튜브를 틀어놓고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면
가만히 누워 생각해 본다.
너무나도 바랐던 평화로운 나날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
그 고요함이란...!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을 때는 몰랐던 평온함이 있다.
잔잔한 호수 같은 절대적인 평온함...
아마 남편도 그러지 않았을까
자신만의 일상과
내면을 다지는 그런 시간이 필요했었을 수도 있는데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나는
그 외부의 에너지를 집으로 가져오니까
그리고 뒤로 갈수록 남편을 닦달했으니까... ㅠㅠ
정작 지금의 나만 봐도
매일 글쓰기를 다짐하였으나 ㅠㅠ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느지막이 일어나는 게 다 인걸...
이 게으를 수 있는 여유,
조금만 더 누리고 싶어
남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다.
심리적으로도 안전해지고
정서적으로도 단단해지길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