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프루트에서 당한 묻지마 공격

시골쥐의 대도시 탐방 중 벌어진 일

by 홍이


프랑크푸르트


독일의 금융/경제 허브

독일 최대의 국제공항

마인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고층 건물들

독일의... 맨해튼!


그리고 나에게는,

한인 마트가 있고

한인 식당이 있고

한인 카페가 있고

서울 직항이 있는!

꿈의 도시 ㅎㅎ


프랑크프루트 당일치기로 여행 간다고 했을 때

모두가 다 입을 모아 조심하라고 얘기해 줬다.

노숙인, 마약중독자, 소매치기도 많고

특히 중앙역 근처가 위험하다고 ㅠㅠ


명성에 걸맞게 프푸는 중앙역에서부터

한국어도 많이 들리고 다양한 인종, 특히 동양인들도 자주 보였고

도심에서는 시위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경찰도 많았다.




사건은 프푸에서

짜장면도 먹고, 와이마트에서 장도 보고, 카페도 가고,

꽉 찬 일정(?)을 보내고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던 플랫폼에서 벌어졌다.


노숙자로 보이는 나이 많은 남성이

우리에게 다가와 돈을 요구하였다.


우리는 No 라고 대답했는데도

계속 돈을 요구했다.


이때 그냥 우리가 바로 자리를 피했었어야 했는데.


남편이 당황에서 바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는 순간

내가 남편을 제지하면서 고개를 저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노숙자가

화를 내면서 욕을 하더니


내 얼굴에 침을 뱉고 가버렸다.




너무 놀라서 나는 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눈을 가렸고

남편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상황파악을 하다가 그 노숙자를 쫓아갈 기세에

인포메이션 부스가 있는 곳으로 일단 피신했다.


기차소리와 안내방송, 각종 소음이 뒤엉켜 알아듣지도 못하는 독일어가 귀에 울리고

바쁘게 각자 갈 길 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역내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담배연기를 피해

한쪽 구석에서 알코올 스왑으로 눈이랑 얼굴을 닦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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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전에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 말자고 합의했었다.

한 번 돈을 줬었는데 계속 따라다니면서 더 달라고 했었던 사람이 있어서

그게 더 공포였기 때문


그랬는데도 남편이 자기가 당황해서 괜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고 계속 자책했고

나는 다음부터는 우리가 합의한 대로 일관되게 대처하자고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독일 오기 전에 시댁 가족모임에서

시동생이 독일은 치안이 어떤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남편은 미국이랑 비슷하지 않겠냐고

미국도 안전하니까 독일이나 유럽도 괜찮을 거라고

시어머니와 시동생을 안심(?)시키려는 듯했는데


내가 바로 고쳐 말했다.

너의 경험과 나의 경험이 다르다고

나에게는 미국도 안전하지 않았는데

내가 겪을 유럽은 네가 겪을 유럽과 상당히 다를 거라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런 묻지마 공격을 당하기가 쉽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 위에서

가장 만만한 타겟


시간과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정말 아무 이유 없는 폭력


미국에서도

정말 평범한 하루 똑같은 출근길에

뜨거운 커피를 뒤집어쓰기도 했고

아무 이유 없어도

고성이나 욕을 듣기도 하고

또는 정말 인종차별적으로 아시안이기에 여자이기에

난데없이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아무리 여러 번 당했어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은

매번 온몸이 굳어버리는 경험


그리고 대응하는 것이 더 위험하기에

그 자리를 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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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당한 인종차별이나 묻지마 공격, 심지어 직장 내 괴롭힘들을

사건이 다 끝나고 전해 듣기만 했던 남편은

그 순간을 실제로 목격한 것에 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차라리 남자인 자신에게 침을 뱉었더라면 이렇게 화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그리고 아마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무력감도 있겠지...




그래도 따로 대응하지 않고 바로 피해버리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독일은 총기소유가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총이나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또는 마약이나 주사로 공격당할 수도 있고

최악으로 전염병이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가 다가오면 양측에서 팔을 뻗어도 몸에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항상 확보하고

직접적인 공격을 당해도 맞서지 말고 빠르게 벗어나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나에게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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