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근황
3월,
딱 며칠 따뜻했다가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너무 추워서 몸도 마음도 다시 움츠러들고 있는 것 같다.
덩달아 얄팍한 내 기분도 날씨에 따라 널뛰기 중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온 적이 없었다고 ㅜㅜ
우리 집은 축구장 근처인데,
스타디움 옆에 잔디밭 경기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집에 박혀있어도 밖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리면
그 에너지, 그 활기가 느껴져 괜히 혼자 감동받기도 ㅠㅠ
그러면 쪼끔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 집에는 전 세입자가 두고 간 화분이 세 칸 있었는데
겨울 동안 눈에 비바람에 시달리다 한 칸이 깨져버렸다 ㅠㅠ
어느 맑은 날,
운동하는 소리에 나도 신나서
발코니에서 화분 속의 가지랑 뿌리들을 정리했다.
그래도 애증의 전 세입자 분 덕분에
이것저것 독일에서 새롭게 하게 되는 일들이 많다.
화분도 나 혼자서는 굳이 살 생각조차 안 했을 테지만
이미 집에 있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긴다.
독일에서 배워가는 또 다른 삶의 미학
항상 새것만 좋아하고 깨끗하고 완벽해야만 했던 강박을
확 내리게 해 준 집 ㅜㅜ
오래되고 낡았지만 그래도 우리 집.
독일 마트에서 산 상추는
신기하게도 뿌리 채 판매된다.
삼겹살 먹고 나서 남은 뿌리
버리기 애매해서 화분에 심어뒀다 ㅋㅋㅋ
한동안 한국음식을 가열차게 만들어 먹을 때
심어둔 파뿌리
조금씩 싹 나오는 게 너무 신기하다.
우리 집에서 그 누구보다 너가 제일 많이 성장한다 ㅠㅠ
지난 며칠 우박이 내릴 정도로 궂은 날씨가 계속 됐는데도
꿋꿋이 자라난다.
경이로운 생명력...
매서웠던 겨울,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집에서 웅크리고만 있었는데도
시간은 잘도 흘러 해도 점점 길어지고
곳곳에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전멸한 줄 알았던 다육이도
하루가 다르게 다시 싹을 틔우고 있다.
백설공주가 왕비에게 쫓겨서 도망간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던
그 숲 속 같았는데... ㅠㅠ
봄이 오니 또 꽃이 피네
산책길 보이는 고양이들
창가에 라디에이터가 있어서
그 위에 올라앉아 있나 보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사랑스러운 생명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