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물 맛은 웃픈 맛
[조작 미숙으로 본 글이 삭제되어 재 발행합니다.]
미성년 자녀에게 돈 봉투를 받아 본 적 있는가? 만약 받는다면 가슴이 두배로 벅차게 될 것이다. 대견한 마음과 더 잘해줘야겠다는 마음! 그리고 부족한 용돈을 쪼개어 차곡차곡 모았을 그 예쁜 마음에 '내가 참 잘 키웠구나!' 하며 키운 보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날 이틀 전의 일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집안 정리정돈을 끝냈다.
남편은 출근하고, 딸아이는 공부방에 들어갔다.
집 안에 교요한 정적이 흐른다.
이 고요한 정적이 나에겐 힐링이다.
온전히 나 자신에 몰두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귀하다.
그래서 고요한 정적을 즐기고 싶어 가위 들고 베란다로 갔다.
허브 잎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향을 일으켰다.
세이지, 레몬 타임, 로즈메리, 애플민트, 레몬밤.
기분을 좋게 하는 레몬 타임 허브 두 줄기를 잘랐다.
<레몬 타임을 차로 마시면 신경계통에 이로운 작용을 하여 우울증, 불면증, 두통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흐르는 물에 씻어 머그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또르르' 따른다. 허브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리며 집 안의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식탁 옆 간접 조명만 남긴다. 선반에 놓인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잔잔한 음악을 튼다.
식탁으로 돌아와 의자를 꺼내어 털썩 주저앉으며 “휴~ 힘들다." 하루 일과가 힘들었는지 곡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러난 레몬 타임 허브 향을 맡으며 한 모금 호로록 마시고 있을 때 공부방 문이 열렸다.
딸아이가 손에 봉투를 들고 나온다. 그러더니 식탁 반대편에 서서 봉투를 식탁에 놓고 손으로 천천히 내쪽으로 밀어 놓는다.
"엄마 자~"
자신도 대견한지 활짝 웃으며 봉투에서 손을 뗀다.
"어머나~ 이게 뭐야?"
나는 눈도 입도 심장도 커졌다. 봉투가 예뻐서 놀랐고, 그 예쁜 봉투가 돈 봉투라는 사실에 놀랐다.
‘딸아이가 엄마한테 세뱃돈을 준다고?’
역발상이 신선했다.
손에 들고 있던 머그 컵을 조심히 내려놓고
봉투를 한참 바라보며
"너무 예쁘다~ 세상에나~"
"엄마~알지?"
하며 귀여운 애교를 부린다.
"그래 알지~”
너의 예쁜 마음 알지!
용돈을 쪼개어 모았을 그 마음 알다마다
키운 보람 있네. 많은 생각이 켜켜이 쌓였다.
이 감동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 서서히 봉투를 열었다. ‘얼마일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에 하얀 종이가 보인다.
‘편지도 썼나?’
속지를 꺼내보니 텅 비었다.
속지도 비었고, 봉투도 비었다.
글도 없고, 돈도 없다.
커졌던 눈과 입과 심장이 다시 작아졌다.
아니 쪼그라들었다.
내 표정이 웃기는지 딸아이가 크게 웃으며
“엄마 ~세뱃돈 부탁해!”
그때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 코에서 꿀꿀이 소리가 났다.
“킁하하 이게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세뱃돈 넣어 달라고 봉투 준거야?”
딸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응”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세뱃돈을 넣어달라고 예쁜 봉투를
준비하다니 고단수다! 내가 졌다!
조용한 집안에 한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다.
딸은 방에서 난 식탁에서 벽을 사이에 두고 웃고 또 웃었다.
그 후 고요한 정적은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