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림스케치 Apr 27. 2022

날아다니는 책 같아요.

날개를 접었다 폈다.

  

< 4월 텃밭 개장식 날>


해마다 4월이면 텃밭 개장식을 한다. 

8살 딸아이 손을 잡고 지역 구청에서 

분양받은 주말농장에 처음 갔을 때였다. 


개장식이 끝난 후 무료로 나누어 주는 

상추를 받아 딸아이와 함께 흙에 심고 

물도 주었다. 뜨거운 봄 햇볕 아래 

장시간의 노동이 힘들었는지 딸아이가 

멍하니 서서 땅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더위에 지친 목소리로 


“엄마~ 나비가 꼭 책 같아요. 

날개를 접었다 폈다. 

날아다니는 책 같아요.” 


< 아이의 그림 일기장>


텃밭 개장 소식을 듣고 전국에 있는 

나비들이 다 모인 듯 그날 유달리 

나비가 많았다. 팔랑팔랑 날아서 

텃밭에 뽀뽀 쪽~ 

상추에 뽀뽀 쪽~

한다는 아이 말을 듣고 일하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유유자적 

날고 있는 나비를 들여다보니 

날아다니는 책처럼 보였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해서 해마다 

텃밭을 가꾸고 있다. 

봄 텃밭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볼 때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딸아이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텃밭 가꾸기가 지금은 

소소한 행복을 싹 틔우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4평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즐거움을 수확하고 있으니까. 


4월이 되면 주말농장이 분주하다. 

부지런한 도시농부의 밭에는 3월에 뿌린 

씨앗이 흙을 가르고 고개를 내민다. 


고기 한 점 싸 먹을 수 있을 만큼 잎이 커진

쌈채소를 따는 재미에 삶이 건강해진다.

 

<8월 텃밭에서 수확한 유기농 먹거리> 

   

8월이 되면 시장 대신 텃밭으로 달려가는 

횟수가 많아진다. 가지, 고추, 오이, 토마토 

딱 하나의 나무에서 쉼 없이 먹거리를 수확하니까.


정말이지 땅은 화수분 같다. 


미니 텃밭에서 사계절 내내 식재료를 구할 수 있으니까.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질 좋은 먹거리에서 행복한 포만감은 배가 된다.


넘쳐나면 나눠 먹고, 

부족하면 아껴 먹으며 자급자족하는 

살림은 버려지는 먹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최고의 살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벽에 걸린 바구니를 내려 텃밭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늘 가볍다. 

깃털처럼...'

<최애 라탄바구니>





매거진의 이전글 전 재산 털어서 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