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접었다 폈다.
해마다 4월이면 텃밭 개장식을 한다.
8살 딸아이 손을 잡고 지역 구청에서
분양받은 주말농장에 처음 갔을 때였다.
개장식이 끝난 후 무료로 나누어 주는
상추를 받아 딸아이와 함께 흙에 심고
물도 주었다. 뜨거운 봄 햇볕 아래
장시간의 노동이 힘들었는지 딸아이가
멍하니 서서 땅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더위에 지친 목소리로
“엄마~ 나비가 꼭 책 같아요.
날개를 접었다 폈다.
날아다니는 책 같아요.”
텃밭 개장 소식을 듣고 전국에 있는
나비들이 다 모인 듯 그날 유달리
나비가 많았다. 팔랑팔랑 날아서
텃밭에 뽀뽀 쪽~
상추에 뽀뽀 쪽~
한다는 아이 말을 듣고 일하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유유자적
날고 있는 나비를 들여다보니
날아다니는 책처럼 보였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해서 해마다
텃밭을 가꾸고 있다.
봄 텃밭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볼 때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딸아이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텃밭 가꾸기가 지금은
소소한 행복을 싹 틔우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다.
4평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즐거움을 수확하고 있으니까.
4월이 되면 주말농장이 분주하다.
부지런한 도시농부의 밭에는 3월에 뿌린
씨앗이 흙을 가르고 고개를 내민다.
고기 한 점 싸 먹을 수 있을 만큼 잎이 커진
쌈채소를 따는 재미에 삶이 건강해진다.
8월이 되면 시장 대신 텃밭으로 달려가는
횟수가 많아진다. 가지, 고추, 오이, 토마토
딱 하나의 나무에서 쉼 없이 먹거리를 수확하니까.
정말이지 땅은 화수분 같다.
미니 텃밭에서 사계절 내내 식재료를 구할 수 있으니까.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질 좋은 먹거리에서 행복한 포만감은 배가 된다.
넘쳐나면 나눠 먹고,
부족하면 아껴 먹으며 자급자족하는
살림은 버려지는 먹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최고의 살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벽에 걸린 바구니를 내려 텃밭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늘 가볍다.
깃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