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10년 전, 오늘 수능을 치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수능을 경험했다. 수능 치기 며칠 전 기역이 또렷한데, 지금은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수능을 칠 때만 해도 1톤 트럭이 오면 모든 수험서들을 버리는 이벤트가 진행됐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푼 문제지와 참고서를 쌓아놓고 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왔던 것 같다. 공부를 잘한 것은 아니었으나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심을 느끼던 순간이었다.
수능 당일은 평소보다 추운 날씨였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아빠 차를 타고 간 기억이 난다. 수험장 앞에는 내가 지금까지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응원해주셨고,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이 함성으로 힘을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눈빛으로 응원을 보내주시던 부모님이 계셨다.
9월 모고에서 등급이 올라 자신이 있었지만, 언어영역(지금은 국어영역)을 푸는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심지어 비문학 지문 두 개를 날려버리면서 고사장에 들어와서 느꼈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마 나는 언어영역에서 이미 내 점수를 예견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사회탐구영역까지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고 그렇게 억울했었나 보다. 내 노력은 다 어디로 간 걸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수능이라는 제도에 불만을 품은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혹여나 위의 말과 같은 생각을 하는 수험생분들이 있다면 걱정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노력한 것은 언젠가 꼭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실제로 수능은 망쳤지만 공부한 것에 대해서 후회한 적은 단 1도 없다. 친구들과 지나가는 말로 야자 한 번이라도 빼볼걸 하는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나는 내가 성실했던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중이니까.
그 성실함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해서도 끊임없이 공부했고, 책 읽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공부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지금 나와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여러 방법들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금, 오늘의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시간 동안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푼 문제들보다 앞으로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풀 준비를 하는 시간들이 되기를 바라본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