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피는 것들이 있다.
흙탕물 튄 자리,
말라버린 가지 끝,
한때 꽃이었으나
버려진 뿌리에도 그들은 피어난다.
말없이, 조용히, 천천히
사람도 그렇다.
넘어지고, 주저앉고,
일어나지 못한 채 숨만 쉬던 어느 날,
그 자리에 봄이 찾아오듯이
시간은 가르친다.
넘어졌다는 이유로
네가 작아지는 건 아니라고
살아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무너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그 자리의 빛이 있다.
고통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멈춤은 무너진 자리를
오래 머물러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