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얼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모습이었고, 누구도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떤 사람은 마주 오는 이를 보며,
“저 사람은 나를 반기고 있구나.” 하고 웃었다.
또 다른 사람은 똑같은 이를 보며,
“저 사람은 나를 비웃는구나.” 하고 화를 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두려워하며 길을 피했다.
하지만 그 얼굴은 사실 아무런 뜻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 사람은 혼자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덧씌운 해석에 따라
스스로 기뻐하고, 스스로 상처 입고, 스스로 미워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다.
“왜 모두들 걸어가는 저 사람에게
웃고, 화내고, 도망치나요?
그 얼굴은 가만히 있잖아요.”
그제야 몇몇은 알게 되었다.
고통은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 후로 아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했다.
그러자 얼굴 없는 마을은 더 이상 두려움의 마을이 아니었다.
그저 고요히 서로를 비추는 거울 같은 마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