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홍보맨 퇴직의 배경

그런데 공직사회 현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곁들인

by 삼십대김씨

한 6급 공무원의 의원면직(퇴직) 소식으로 온 나라가 이리도 떠들썩한 경우는 대한민국 건국역사상 처음이다. 충주시 홍보맨 여러모로 대단한 사람이다.


충주시 홍보맨의 퇴직은 모두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홍보맨은 지방 행정직 공무원이다. 충주시 홍보맨이고 통칭 '충주맨'으로 불리니 그렇게 칭하겠다.


지방직 공무원은 인사원칙상 2~3년마다 한번씩 보직을 순환한다. 공무원 인사 관련 규정에 규정된 사항이고, 그 취지는... gpt에게 물어봐도 잘 알려준다. 충주맨은 10년차 공무원인데 그 중 7년을 홍보팀에서 일했다.


충주맨은 하급직 공무원부터 홍보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그에 따라 충주시 순환보직 원칙에 대해 예외를 적용받았을 뿐만 아니라, 동기에 비해 초고속승진을 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 위에서 승진을 기다리는 선배들의 승진이 밀렸다는 걸 뜻한다.


젊은 나이에 6급을 달았다는 것은 향후 20년 동안 그 자리가 동결됨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한 자리가 찬 것이 아니라,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을 기다리던 수많은 선배 공무원들에게는 승진의 기회가 원천 봉쇄되는 거대한 병목 현상을 야기하게 된다.


만약 충주맨의 승진과 특혜가 정당하다고 원칙을 바꾼다면, "투자유치팀에서 1000억의 기업투자를 유치한 박주무관은? 관광팀에서 이주무관이 기획한 관광상품으로 한해 관광객 100만을 돌파했다면 이주무관은?" 이라는 물음이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


이렇듯 성과를 중심으로만 인사가 이루어지면 성과가 안보이는 팀에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어쨌든 모든 제도는 장단이 있고, 너무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하지만 공직은 사회의 인프라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다.


사실 충주시는 시세가 크진 않고 말하자면 '지역사회'에 가까운 지자체다 보니 조직이 그리 크지 않다. 내부에서 좋게 보는 직원도 많겠지만,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공무원조직의 특성상 중간급 이상에서는 좋게 볼 수 없는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조직생활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다.


충주맨은 조직의 구조를 잘 모를 때부터 순수한 마음으로 홍보팀에서 열심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며 성과를 올려왔다.


시장이 좋게 봐주어 순환보직 예외와 자치적인 팀구조, 고속승진이라는 특혜를 받아왔는데 6급 정도가 되니 이제 그 구조가 보이게 되었다. 시장이 없게 된 상황에서 조직에 자신이 남아있는다고 해서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한편, 너무 유명인사가 충주시에 남아있어봤자 충주시 입장에서도 그리 달갑지 않다. 이후부터 충주시 자체의 문제보다 홍보팀이나 내부적인 문제가 전국적 관심사가 되고 그런 이미지는 충주시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물론 충주시장이 또 당선되어서 임기를 계속 이어간다면 지금의 구조가 더 연장될 수는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3선 이상 할 수 없다. 현재 충주시장은 3선이고 법적으로 더이상 충주에서 시장을 할 수가 없다.


대신 충북도지사를 할 수는 있다. 그럴 경우 충주맨을 끌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아무리 3선이라도 충주시장이 충북도지사가 되기는 쉽지 않고, 만약에 충북도지사가 되어 충주맨을 데리고 간다고 하더라도 충북도청에서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일단 공무원조직은 정치인과는 달리 스포트라이트 받는 걸 싫어한다. "충주맨"이 "충북맨"이 되었다고 하면, 첫째로 충주맨의 정체성에도 타격이 가지만 둘째로 충북도청에서도 갑자기 너무 모난 돌이 굴러와서 난감해진다. 결국 충주맨은 현 충주시장이 만약 충북도지사가 되어도 거기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시장이 바뀌고 그가 남아있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우리나라는 지자체에서 시장의 당적이 바뀌면 이전 시장의 흔적을 (중점사업이나 치적사업 같은 것) 다 지우는 게 전통관례이다. 당과 관계없이, 또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시장실부터 시작해서 간부공무원급 인사가 현 시장에 맞추어 싹~ 다~ 갈아엎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이 바뀐 이후에도 충주맨이 홍보팀장으로 계속해서 직무를 수행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그는 6급 팀장 보직으로 읍면동이나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게 된다.


문제는 그는 10년 공직생활에서 다른 행정업무를 배우고 역량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일반행정 업무는 7년 전에 9급 때 읍면동에서 했던 업무가 거의 전부다. 그리고 직전 7년은 자율적인 환경에서 비교적 특수한 근무환경으로 살아왔다.


그랬는데 6급 팀장으로 가서 일반행정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리고 그가 어디에 발령이 새로 났다면 그 부서는 아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아주 집중적으로 받게 될 것이다. 그 부서원이나 조직 입장에서 매우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에 충주맨은 퇴직발표 전 이런저런 다른 유튜브나 예능에 많이 출연했다.


거기서 충주시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충주맨에 관심이 있지 충주시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 홍보방식이니 뭐니 해도 결국에 본인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이것은 충주시의 공적인 업무라기보단 홍보전문가로서 개인의 PR에 가깝다. 거기에 더해 소정의 출연료도 받았을 것이고, 평일이라면 이를 출장으로 처리하고 출연했을 것이다.


만약 아주 원칙적으로 본다면 규정상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충주맨이 충주시의 홍보팀장으로써 그 자체가 충주시 홍보의 일환이라는 해석은 가능하기에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모난 돌"이 되어버린 충주맨의 최근의 행보가 "충주시에서"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털어서 먼지안나는 사람은 없다. 시장 바뀌고 까보면 다 나온다.)


조길형 시장은 충주맨에게 고마움과 더불어 마음의 짐이 있을 것이다. 한 젊은 공무원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서 밀어주었는데, (이제 좋으나 싫으나 현 시장 라인이 되었따. 또 자신도 그 덕을 많이 봤다. 3선은 정말 쉽지 않은 미션이다.) 너무 유명해져서 이제 개인의지만으로 거취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임기가 얼마 안남았고 이러한 입장을 알고 있는 현 시장이 충주맨을 많이 배려해준 것으로 본다. 여러 방송에 나가서 개인 입장을 말하고 PR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그가 공직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충주맨은 그가 한 말처럼 진짜로 공직을 떠날 생각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러 상황을 볼 때 그가 공직에 남아있었다면 여러 모로 불편한 상황에 마주했을 거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건 공직생활이 그저 길어진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공직사회에서 주목받는다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결심을 하려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이것은 어디의 잘못이나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시스템의 특징이고 개인의 선택이고 조직의 특성일 뿐이다.

기회가 되면 지금 핫한 다른 공무원유튜버와 충주시 홍보맨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예측도 해보도록 하겠다.


어쨌든 그의 선택을 응원한다.


충주맨의 퇴직은 그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파도가 치는 것과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삼성전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