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최소화하라
결정피로라는 말이 있다.
선택이 많아질수록 피로도가 높아지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사람은 자유를 추구하지만 정작 자유가 주어지면 불행해지곤 한다.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지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고 금방 피로해진다. 피로해진다는 건 의지력이 고갈된다는 뜻이다. 의지력이 고갈된 뇌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이 로또 1등 당첨자가 높은 확률로 불행해지거나, 퇴사를 한 이후에 생각처럼 일이 안풀리는 이유이다.
아무것도 안하면 안할수록 더 안하고 싶다. 이상하게도 매일 야근하며 하루를 소진할 때보다 한 일주일 쉬었을 때에 더 출근하기 싫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과학적인 현상이다. 왜냐하면 몸이 아무것도 안하는 상황에 뇌는 더 바빠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정보가 정리되면서 공상이나 망상을 하기도 하고, 걱정을 하기도 한다. 뇌는 본능적으로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할 일을 찾게 된다.
할 일을 찾게 된다는 것 자체가 뇌가 선택의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고 접하기 쉬운 것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잡는다. 화면을 켜는 순간부터 선택이 시작된다. 무슨 어플을 켤지, 어플을 켜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볼지 같은 것들이다. 가령 유튜브의 경우에 스크롤을 내리면서 무엇을 볼지 고민한다. 영상을 보면서 끌지 말지, 다른 걸 볼지를 결정한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피하려고 스마트폰을 켰는데 더 복잡하게 만드는 꼴이다. 보통 쇼핑을 갔다가 오면 평소보다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반면 무언가를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서 할 때는 피곤함을 자각하지 못한다. 놀랍게도 그토록 싫은 직장은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특정한 과업을 주고 그것을 못하면 패널티를 주기 때문이다.(물론 너무 과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너무 과하면 번아웃이 온다.)
아무리 싫은 일이라고 해도 주어진 과업을 해나가는 그 순간에는 시간이 금방 간다. 시간이 금방 간다는 것은 피로감이나 마음속에 복잡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생각해보면 정규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간을 활용하는 법 같은 건 배우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학습을 하는 것은 제시간에 맞춰 등교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과목을 배우고, 또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하교를 하는 것 정도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학생 때에는 하루 중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된다.
학생들이 에너지가 넘치는 이유다.
성인이 되어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혼란스러워한다. 갑자기 너무 많이 생겨버린 시간에 당혹스럽다. 마치 로또에 당첨되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것과 같다.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자신의 삶에 맞춰 돈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결국 파산하고 만다.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나에게 많이 주어졌을 때의 혼란을 잘 이겨내고 리듬을 찾아야만 비로소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이 남는 시간에 주로 많이 하는 것이 게임이나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것들이다. 영어공부, 운동, 자격증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 됐든 적당히 하지 않으면 취미가 인생을 잡아먹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선 "자유"시간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
의도적인 노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공교육 시스템 같은 것이다. 운동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에 맞추어 생활하는 방식이다.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잘하고 싶다면 일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겠다는 결정이다. 목표를 위해서 그로부터 시간을 역산해서 하루치에 수행해야 할 분량을 결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시간에 그 목표와 관련된 일을 하자는 결정을 미리 해놓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0% 정도는 항상 뇌에 사용된다. 그리고 나머지 70% 정도가 소화기관 등 기초대사에 사용되고, 10~20% 정도만 근육에 사용된다. 또한 뇌에서 결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반면 습관적 행동은 에너지효율이 높은 기저핵에서 담당한다.
따라서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무엇을 할지말지 결정하는 데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일단 시작하면 뇌는 오히려 편해진다. 그러므로 할지말지에 대한 고민을 되도록 짧게 하는 게 좋다. 피로감의 대부분은 뇌에서 일어나지, 신체의 움직임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선택을 최소화하고 망설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짧게 요약하면 "습관"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계획적인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시간의 밀도가 높아진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몸이 느끼는 피로도 줄어든다.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를 미리 결정해놓고 있으면, 시간이 남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지가 미리 결정되어 있으면 일어나서 SNS나 주식창을 보는 시간이 사라진다. 감정의 동요가 줄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낭비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의 생활은 피곤함을 덜 주게 된다. 간식을 안먹기로 미리 결정을 해버리면 먹을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술을 안먹어야겠다고 결정을 해버리면 술을 먹을지 말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민의 순간은 그 결정을 철회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이 된다. 하지만 그떄에도 그런 망설임이 들면 무엇을 할지를 미리 결정해놓으면 된다.
미리 다 계획하고 최상의 선택지로 결정해놓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고, 선택의 퀄리티도 보장된다. 반면, 무엇을 할지 정해놓지 않으면 자유시간이 생겼을 때 뇌는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을 위해 전전두엽을 열심히 돌리느라 피곤해진 뇌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그래서 삶의 모든 순간을 선택의 연속이 아니라, 습관의 연속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달라진다. 피곤함도 적어지고 생각의 엔트로피도 줄어든다. 선택의 연속에 몰려 새어나가는 에너지 구멍을 막아야 선순환이 일어난다. 절제력과 의지력이 유지되고, 반복해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일을 더 잘하게 될 수 있다. 성취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하루의 전체가 좋은 습관으로 가득 차게 되면 인생이 달라진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나에게 맞는 일을 촘촘히 계획하는 것이다. 누가 지어주지도 않은 의무의 멍에를 스스로 질 필요는 없다. 진정으로 마음이 시키는 일, 좋아서 하는 일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하다가 보면 점점 초점이 나와 맞게끔 맞춰진다. (넷플릭스 보는 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가장 나다운 결정을 먼저 해놓고 특정 시간에 배치해서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줄여나가야 한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일부러 선택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한 삶에서 되도록이면 선택을 빼야 한다.
좋은 방법이 내가 원하는 이상과 그날그날의 행동을 맞추어놓는 것이다. 그러면 집중력과 몰입도가 올라가고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습관이란 하루 중 선택을 줄이는 것이다.
아주작은습관의힘이라는 유명한 책이 있다. 이 글 역시 그 책을 읽고 썼다. 습관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잘 알려주는 책이다. 사서 읽을 필요까진 없고 빌려서 한번쯤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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