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야 무시해서 미안하다.
1. 빅테크의 돈먹는하마
엔비디아의 차세대 최신 GPU가 발표됐다. 이름은 루빈. 그 칩 하나에 한화로 8000만원이 넘는다. 그걸 연산하기 위한 메모리반도체 HBM4는 하나에 140만원 정도이고 루빈 한개당 8개가 들어간다. 즉, 엔비디아 루빈 GPU 칩셋 하나에 1억 정도의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GPU 수십 수백 수천개를 서버랙에 쭉 연결해서 지은 데이터연산 공장이다. 가끔 TV에 나오는 초대형컴퓨터 같이 생겼다. 이렇게 구축된 설비로 AI를 학습시킨다. 여기에 초거대 최첨단 컴퓨터가 빨아들이는 상상초월의 전기료가 추가된다.
여기에다가 지금 구글은 1년에 1800억 달러(한화 약 400조), ms는 1400억 달러(한화 약 350조), 메타 1300억 달러(한화 약 300조)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익을 알아볼 차례다.
2025년 기준으로 투자금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빅테크라고 하는 모든 회사가 ai관련한 서비스로 창출한 직접매출은 250억 달러(한화 약 33조)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러면 빅테크의 미국 똑똑이들은 1000조를 써서 33조가 남는 장사를 왜 하는 것일까?
2. 클라우드 산업
현재 세계 클라우드시장의 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른다. (한화 약 1500조) 그리고 연평균 15~20%의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 2030년에는 3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엄청난 클라우드 시장에서 ai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나게 커졌다. AI가 클라우드 서비스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해주느냐에 따라 기업은 서버 업체를 선정할 것이다. 결국 ai에서 밀리면 클라우드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꼴이 된다.
이미 발을 담궜다. 여기서 물러서면 엄청난 가능성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무리한 설비투자를 이어간다. 물론 거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겠지만, 돈이 빵보다 많은 지금 상황에서 쉽사리 발을 뺄 수 없는 구조다.
3. 애플의 전략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독자적인 ai와 아이클라우드라는 클라우드망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엄청난 시장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AI와 클라우드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영역은 다 외주화해버리는 선택을 했다. 전세계의 똑똑이들이 모여있는 애플에서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서버 사용료로 애플이 매년 구글과 아마존에 지불하는 비용은 수조원 정도이다. 비용은 수조원이지만 그걸로 인해 수십조의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아도 된다. 또한 인프라를 관리하고 서버 에러를 대응할 필요도 없다. 서버 운영에 따른 잠재적인 위험도 회피할 수 있다.
3월 밖에 안됐지만 올해 초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2026년 3월 현재 애플의 ai전략은 투트랙으로 가고 있다. 애플의 ai인 애플인텔리전스를 훈련시키는 것을 결국 구글의 ai서버(정확히는 TPU: Tensor Processing Unit)을 빌려서 활용하기로 했다. 있으나 없으나 했던 시리가 이제 좀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또한 최근 2월 보도에 따르면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최신 m5칩을 탑재한 서버를 배치하고 있다. M5칩이 최신형이라고 하지만 100~200만원밖에 안한다. 루빈에 비하면 선녀가 따로 없다. 엔비디아 루빈 1대를 살 돈이면 m5칩 서버 수십대를 구축할 수 있다.
한편 애플은 구글 제미나이를 시리의 백엔드로 공식 도입했다. 간단한 건 내 아이폰에서 온디바이스 ai로, 조금 복잡한 건 애플 서버(m5)에서, 정말 어려운 건 구글 서버tpu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시리가 질문을 듣고 "이건 제미나이가 더 잘알겠는데?" 라고 생각하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고 제미나이가 출력한 결과를 시리가 대신 말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10조짜리 데이터공장 짓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천문학적인 유지비를 내지 않아도 되며, 서버가 터질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ai가 거짓말을 했을 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애플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 정말 일석 십조는 되는 것 같다.
그러면 다른 빅테크에서는 왜 수백조를 들여서 구축한 인프라를 경쟁사인 애플에게 빌려주는 것일까?
애플과 협업하면 20억명이라는 아이폰의 고객에게 접근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내가 안했는데 경쟁사인 쟤가 해버리면 그만한 낭패가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몇백조를 투입한 ai서버인데 그것을 빌리는 애플이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 사용료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사실상 애플의 교섭력이 강한 것이다. 돈을 썼으면 그만한 대우를 받아야 되는데 내 돈 쓰고 설설 기는 느낌이 되고 있다.
애플은 구글의 제미나이를 선택했다. 재미있는 건 애플은 서버사용료로 구글에게 몇 조 정도를 지불하는 반면 구글은 아이폰의 기본검색엔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애플에 무려 150억달러 (한화 22조)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설설 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애플의 현금비축
애플은 현금이 남아돈다. 현재 보유비축현금은 1500억달러(약 220조) 가량 된다.
심지어 이것도 현금이 너무 많아서 올해 26년 1분기에 250억달러(한화 약 33조)의 자사주매입을 실시했고, 배당만 39억달러를 해서 총 300억달러 정도 썼는데도 이렇다. 심지어 작년 5월에는 1000억달러(150조)의 추가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기도 했다
애플은 2026년 1분기에만 540억달러 (한화 80조) 정도의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했다. 매 분기마다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200~300억 달러 정도의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다.
한편, 남아도는 현금으로 구글, ms가 수십조원의 서버 구매대금을 쓰는 동안 자체 반도체 설계와 자체보안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터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대세인 초거대 데이터센터와 AI가 아닌 자체 반도체 설계와 보안에 특화된 폐쇄적인 서버를 선택한 것일까?
5. 미래의 보안비용
과거에는 기업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무조건 많이 끌어모으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AI 시대는 다르다. 컴퓨팅파워가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해킹의 공격력또한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진다. AI에이전트가 똑똑해질수록 해킹능력역시 향상되고, 해킹의 방식이나 빈도 또한 늘어나는 구조이다. 해킹 공격은 구조적으로 한번만 이기면 되지만 방어자는 단 한번도 져선 안된다.
특히나 개인의 모든 데이터가 컴퓨터장치에 쌓여가는 AI시대에는 더더욱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 개인의 삶(문자 맥락, 금융 기록, 이동 동선, 회의 녹음) 전체를 통째로 털어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기록은 물론이고, 목소리나 말투를 학습하여 가짜의 개인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해킹의 공격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규제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럽연합의 AI ACT나 전 세계 정부의 데이터규제는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SK텔레콤이나 쿠팡의 데이터유출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한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리하면 데이터 유출이 전세계의 핫이슈가 되고 있고 단 한번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낼 것이며, 그 벌금은 수십조원에 달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6. 애플의 경쟁력
애플 서버(PCC)는 해킹을 당한다 해도 그 안에는 데이터가 없다. 애플의 서버는 AI 연산을 끝내는 즉시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파기해 버리도록 물리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아도 애플은 상관 없다. 다른 기업에서 만들어놓은 걸 "가져다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저장하지 않는 구조"는 가장 완벽한 보안이자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삼성이나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신 AI를 어필할 때, 아이폰은 사생활을 훕쳐보지 않는 유일한 AI가 된다. AI 에이전트에게 통장 비밀번호와 이메일을 맡겨야 되는 시대가 온다면 어떨까? 사진에서 원하는 부분을 만들고 지우고 하는 기능이 내 개인정보의 보안보다 중요할까?
답은 간단하다. 이것은 2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을 지불하기에 충분한 요소다.
7. 결론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면서 ai를 똑똑하게 만들수록 그 반작용으로 ai에 의한 해킹위협도 높아지고 보안에 대한 비용도 커지게 된다.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돈을 앞다퉈 투자하고 AI성능을 올리면 올릴수록 AI에 대비한 보안에 대한 투자도 계속해서 늘려야 하는 지옥의 상승작용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소위 본전을 뽑기 위해 더 무리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조금만 더 가면 도달할 것 같겠지만 내 생각에 영영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다. AI전쟁은 계속해서 승자가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거기에서 애플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보호벽을 치고 그 프리미엄을 계속 높이면서 바깥에서 계속해서 강력해지는 무기들을 빌려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애플이 시대에 뒤쳐져서 시리가 그렇게 바보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보였던 건 시리가 아닌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