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었던 책 속의 어느 한 문장이, 하루를 빙빙 돌고 돌아 퇴근길에 나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 가끔 분위기에 맞춰 소주 몇 잔 걸치고 돌아가는 날에는 아침에 만났던 이야기가 너무나도 새롭게 다가오는 때가 있다. 마치 처음인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책장은 넘어가지 않는다. 오늘이 딱 그랬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의 내용이다.
‘자기 본래의 활동을 자기 본래의 목적으로 삼고 있었다. 걷고 싶으니까 걷는다. 그러면 걷는 것이 목적이 된다. 생각하고 싶으니까 생각한다. 그러면 생각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그 이외의 목적을 가지고 걷거나 생각하는 것은 보행과 사색의 타락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본래의 활동 이외에 어떤 목적을 세워서 활동하는 것은 활동의 타락이 된다. 따라서 자기의 모든 활동을 한낱 방편의 도구로 삼는 것은 스스로 자기 존재의 목적을 파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타락’이란 단어로 말미암아, 그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이 참으로 덧없이 느껴졌다. 우리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가기 때문에 살아내야 하는 일을 견디고 있는 것이었다. 멍하니 있는 나에게 자연스레 그다음 질문이 슬쩍 인사를 건넨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바야흐로, 어떻게의 시대이다. 당연히 정답은 없다. 감히 모두가 답이다.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 능력대로, 생각대로. 그리고 하나를 더 보태자면, 더불어.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