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운 오늘을 사는 일
펜을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은 일. 이라 적었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다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사는 일. 어쩔 수 없는 오늘을 사는 일.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오늘을 사는 일. 이라 연달아 세 줄을 휙 써버리고는 펜을 던지듯 놓았다. 흐리멍덩한 초점으로 제 소임을 다하고 축 처져 누워있는 볼펜을 바라보았다. 괜히 어제와 오늘의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오늘 다운 오늘을 살았던가. 타성에 젖은 시간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은 채 가만히 있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오늘이 참 오늘 다울 수 있는 이유는, 그 오늘 속에 사는 내가 늘 새롭기 때문이겠지. 오늘 다운 오늘을 사는 일이, 이 세상을 가장 나답게 살아내는 방법일 텐데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저 너머로 떠오르는 아쉬움들을 달래면서 이불을 폈다. 내심 조금 멀리 있는 내일이, 얼른 내 눈앞의 오늘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잠을 청하기로 했다. 시간이 스쳐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휙휙.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