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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에 대하여,

우리는 모두 부끄럼 없이 오늘을 정성껏 살아내고 있는 청춘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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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진짜 부끄러운 거지.'


영화 <동주>속, 정지용 시인은 윤동주 시인을 마주하고 이야기합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바로 전한 말입니다. 걱정과 진심을 담아 전한 말입니다. 따뜻함을 넘어 뜨겁게 타오르는 말입니다. 감히 청년 윤동주를 생각합니다. 만나고 싶다 말해봅니다. 그립다 말해봅니다. 고향집 방 한편에 가지런하게 걸어두었던 시인의 <서시>를 떠올려봅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청춘의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어두운 밤 하늘 속에서 희망과 추억을 노래하게 해준 수많은 별들을 자꾸만 헤아려봅니다. 그리고는 다시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합니다.


오늘 나는 한없는 부끄러움을 만났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슬쩍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너무도 크고 느립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내가 잡아먹히고 말 것만 같습니다. 두렵지만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을 부끄러움이라 부르고 두 팔을 벌려 살포시 안아 주었습니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이라 말할 수 있는 용기, 부끄러움을 넘어 반성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그랬더니 부끄러움은 더 이상 부끄러움이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그저 그 작은 시작의 힘, 결단의 용기가 필요했나 봅니다. 부끄러움을 오롯이 부끄러움이라 부를 수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부끄럼 없이 오늘을 정성껏 살아내고 있는 청춘, 동주와 같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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