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스치는 바람결에 습기가 가득하다. 나쁘지 않은 꿉꿉함이다. 시원하다.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고 금요일 밤거리를 걷는다. 환하게 불 켜진 술집 어디쯤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시끌시끌한 이야기가 공중으로 흩어진다. 마치 비가 오는 것처럼 그렇게 하늘을 채운다. 괜히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생각한다. 그래, 내일은 비가 온댔어. 꽤나 요란할 거라 했어. 물에 흠뻑 젖은 세상을 머릿속에 그린다. 촉촉함과 시원함으로 채워진 하루. 겨울과 봄을 자연스럽게 잇는 하루.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에 느닷없이(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천둥번개가 칠 거라니 마음이 참 서운하다. 주말은 언제나 쨍쨍한 맑음이었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에 한숨을 뱉어내다가 정신을 번뜩 차려본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 오늘을 살고 있지 않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한 손에 캔 맥주 하나, 다른 한 손엔 책 한 권. 이만하면 오늘 나는 이미 충만하지 않은가. 자유인 조르바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바로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