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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

일상이 여행 같다면 참 좋겠다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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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정리를 하다 만난 두 권의 여행 책.

펼쳐보진 않았다. 대신 나란히 두고 사진을 찍었다.

막 이십대에 들어섰을 즘, 그리고 군복을 입고 푸르른 꿈을 꾸던 젊은 날에, 나는 가지각색의 기행 이야기들을 닥치는 대로 읽곤 했다. 마치 여행만이 내 청춘의 원동력인 것 마냥, 내 삶의 이유인 것 마냥 맘껏 상상하고, 부러워하고, 날아다녔다. 아무렇지 않게 떠나고 돌아오는 행동 속에서 가늠할 수도 없는 깊은 외로움을 마주하기도 했고, 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 느끼기도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를 마냥 바라보며 흠뻑 술에 취하기도 했으며, 걸음을 옮기며 진짜 내면에 존재하는 내 본모습을 마주하고는 짐짓 놀라기도 했다. 책을 열면, 아팠고 신났던 추억들이 아련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몇 분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기억을 거슬러 올랐다. 언제였던가. 누군가가 매끄럽게 적어둔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돌아와 더 잘 살기 위함이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었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문득 어디로든 홀연히 떠나 처음 만난 낯선 길 위에서 오롯하게 서 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씩씩하게 돌아오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웃음 짓게 되는 날.


그냥,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일상이 여행 같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심란한 마음을 추슬렀다. 내일을 잘 살기 위해 오늘을 신나게 여행하는 중이고, 짧고도 길었던 어제의 여행은 분명 오늘을 더 즐겁게 지내도록 도와주었을 테니까. 여행이 삶이랑 닮았다는 건,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나. 시간은 언제나 잘 흐른다. 밤이 깊어간다. 우리네 여행도 깊어간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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