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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가,

무엇을 위해 진지하게 살고 있는가.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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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이 밝았다. 잠이 덜 깬 얼굴에 연거푸 찬물을 비볐다. 눈을 반쯤 뜨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익숙하지만 아주 가끔은 어색하기도 한,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눈을 아주 똑바로 마주친 채로 그리고 입가엔 알 수 없는 야릇한 미소를 띤 채로 말이다.


"너는 진지하니?"


내심 당황했다. 진지? 지금 진지하냐고 물은 거야? (설마 식사를 했냐는 뜻으로 묻진 않았겠지.)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는 척하며 눈을 피했다. 그동안 나는 언제 어디에서 무엇에 얼마만큼이나 진지했던가. 어딘가에 비친 내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진지함이란 단어가 너무나 낯설게만 느껴졌다. 굳은 얼굴, 꾹 다문 입, 집중하는 눈, 깊은 한숨과 상념, 끝없는 몰입, 진심, 신중함, 진중함과 같은 말들이 연달아 떠올랐다. 그리 가벼운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피할 만큼 무거운 단어 또한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펜을 들어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되지만 때때로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로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야만 하는 그 무엇'이라 알 듯 모를 듯 정의를 내려버렸다. 물론 내 맘대로.


어쩌면 진지한가라는 물음은, 오늘을 얼마나 온전하게 살고 있는가, 지금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순간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가, 진심을 다해 나다움을 찾고 있는가, 나를 믿고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슴푸레한 저녁 하늘을 등지고 집에 돌아와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굳이 대답을 하진 않았다. 질문만 가만히 남아 공허한 공간을 채웠다. 지금, 무엇을 위해 진지하게 살고 있는가. 나도 웃고, 또 다른 나도 웃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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