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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적당히 느리게.

by 김봉근

쏜살같이 지나간 하루. 밀도로 치자면 꽤나 농밀한 날이었다. 짜증, 변명, 분노, 기쁨, 슬픔, 설렘, 비교, 후회, 피곤, 즐거움과 같은 감정들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바꿔가며 마음속 자리를 꿰찼다.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고, 그럴 시간도 없었다. 생각이 정차역 없는 기차처럼 달리고 달렸다. 자정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렸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새 두 팔을 휘휘 저으며 헐레벌떡 뛰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중이었다. 억지로 멈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으로 멀어져 가는 내 모습이 보였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안단테, 안단테, 적당히 느리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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