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국물에 차가운 얼음 소주가 생각나는 밤.
무엇 하러 그렇게 열심히 사냐는 친구의 목소리에 선 채로 맥이 탁 풀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더 있겠냐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전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내심 고맙기도 했다. 무엇 하러 속 무엇이 대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 무엇과 아무 상관없는 단편적인 상념들로 일상을 가득 채운 채 살고 있었다. 질투나 경쟁 따위의 것들과 함께 말이다. 그냥,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 빠진 것 같았다. 고요한 어둠 속으로 서서히 침잠하는 느낌. 발버둥 소리마저 귀에 닿지 않는 공간에서조차 묵묵하게 열심히 떠내려가고 있는 내 모습을 만났다. 언제까지 또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문득 겁도 났지만, 담대하고 담담하게 견디기로 다짐했다. 나만의 무엇을 찾을 때까지. 나만의 별을 보고 나만의 길을 걷고 나만의 노래를 부를 때 까지.
그 누구의 어떤 질문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냥, 그저 그래> 하나로만 정해진 오늘 하루. 기분이 참 쏘쏘다. 얼큰한 국물에 차가운 얼음 소주가 생각나는 밤이다, 아, 그래서 쏘주인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