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停滯) 함으로 정체(正體)를 찾는다.
햇볕은 따스함을 품고 바람은 차가움을 머금은 어느 봄날.
이리저리 흩날리던 나뭇잎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네 정체는 무엇이니?>
최근 나를 괴롭혔던 정체성(正體性)에 관한 질문이다.
꽤 공격적인 질문이었지만, 그 신선함이 내심 반가웠다.
감히 나의 정체라니.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카메라를 꺼냈다.
가만히 멈추어 있는 잎들을 바라보았다.
찰-칵. 사진 속에 움직임이란 없다.
정체(停滯),
빠르게 걷고 앞만 보며 뛰고 있는 내가,
잠시 멈추었을 때, 고스란히 나에게 남아 있는 그 무엇,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
그것이 바로 나의 정체(正體)가 아닐까.
때때로 멈추고, 비우고, 버려야 할 이유가 여기 있나 보다.
정체(停滯) 함으로 정체(正體)를 찾는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