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임,

나도 책임이란 걸 가지고는 있는 걸까

by 김봉근
IMG_0019.JPG

저녁 약속 30분 전에 도착했다. 갈 곳을 잃은 그 시간이 꾸역꾸역 이 글을 쓰게 한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벚꽃 잎이 흩날리는 것은 봄의 책임이고, 푸르른 산야에 시원하게 뿌려지는 빗물은 여름의 책임이며, 불처럼 타오르다 찬찬히 내려앉는 단풍은 가을의 책임, 조용하게 또 소복하게 온 세상을 덮는 흰 눈은 겨울의 책임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나의 책임은 어디쯤 있는가. 나도 책임이란 걸 가지고는 있는 걸까. 맡겨진 내 몫의 책임에 재미를 느껴 오롯이 내 길만 바라볼 수만 있다면, 흔들림 없이 걸어갈 수만 있다면, 주변의 어떤 것도 그리 썩 중요한 일은 아니게 될 텐데. 여기까지 생각하니 딱 오분 전. 배가 고프다. 친구들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가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