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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손을 들어 허공에 선을 하나 그었다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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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이, 손을 들어 허공에 선을 하나 그었다. 구름 잔뜩 낀 회색빛 하늘을 반으로 나누고, 반을 또 반으로 나누고 잘랐다.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똑바로 혹은 비스듬히, 빠르게 또 찬찬히. 휙휙, 선을 몇 개쯤이나 그려 넣었을까. 나누어진 하늘을 헤아려보다가 멈췄다. 이만하면 되었다 생각했다. 왠지 그렇게 하면, 언젠가부터 내 주변을 빙빙 맴돌고 있는 후회도 고민도 걱정도 반에 반에 반으로 줄어들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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