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 삶으로 써내는 소설은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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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 왔을 뿐이다. / 한강, <채식주의자>


수필집을 참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즐겨 읽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삶의 고민들이, 용기의 행동들이 그 속에 있었고 무심한 듯 깊이 적어둔 생각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떤 연유인지, 요즘은 에세이보다 소설책을 손에 드는 일이 잦아졌다.


어쩌면, 글자 속 세상에서는 사랑과 행복뿐만 아니라 고독과 슬픔, 심지어 죽음까지도 아름다움으로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복잡한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내가, 날 것 그대로 대면하기 두려운 한 그 무서운 감정들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내심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일지도. 그리고 문득, 산다는 것이 소설을 쓰는 일과 같음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란 각자가 주인공인 소설들과 다름없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렸다.


책등에 머리를 대고 스르르 잠이 들어 이야기 속 주인공의 손을 쓰다듬고 싶다. 내 삶으로 써내는 소설은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그 끝은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는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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