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우리 모두의 반짝반짝한 삶을 위하여

by 김봉근
실력.png

언제쯤이었던가. 이곳저곳 끊임없이 이력서를 보내던 그때.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던 글이 막히던 곳이 딱 한군데 있었으니 바로 취미와 특기를 적는 곳이었다. 놀고먹는 것 외에는 마땅한 취미가 없기도 했고(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특기라고 내세울 만 한 능력이 있는가 스스로도 궁금했던 시절이었다. 대충 독서라고 썼다가 지우고, 여행이라 썼다가 지우고, 등산이라 썼다 지우고, 결국 운동이라 써 냈던 기억이 났다. 그래도 믿을 건 전공인 체육뿐이었으니까. 그때부터 나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하릴없는 고민은 꽤나 길게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작은 종이 한 장에 나란 존재를 꾸밈없이 소개해야 한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분명 취미나 특기는 아닐 텐데.


내심 실력을 써넣어야 맞지 않을까 싶었다. 실력. 실제로 갖추고 있는 힘이나 능력. 당신은 어떤 취미나 특기를 가지고 있습니까? 보다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맘껏 써보시오! 가 더 있어 보이니까. 막상 품어보니 무진장 무거운 그 두 글자를 가지고 찬찬히 내가 갖고 있는 실력은 무엇인가 생각을 시작했다. 실력인 줄 알았던 것들 중에는 막상 실력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실력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은 가차 없이 정말 실력이 아닌 것들이었다. 나는 무얼 하며 살았나. 넘치던 자신감은 어느새 겸손이 되었고, 결국 바짝 엎드려 겸허 해지기까지 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고 또 쌓였다.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진짜 실력이라 말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나에게 있는지. 그저 주변 상황에 조금 더 차분하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성실하고, 나보다 주변 사람을 조금 더 생각하고, 맡겨진 일에 최선과 책임을 다 하는 것. 이런 것들도 실력이라 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조그만 능력들이 아닐는지. 감사하게 또 하루를 마무리하며, 살아간다는 건 이리도 재밌고도 힘든 일이구나 하며 시간을 곱씹어 본다. 그리고는 송골송골한 맥주를 한 캔 꺼냈다. 아, 술을 맛 들어지게 먹는 능력도 슬쩍 추가. 치얼스. 우리 모두의 반짝반짝한 삶을 위하여 :)

매거진의 이전글제자리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