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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근 Apr 08. 2017

손을 잡다

조용히 다시 손을 잡아야겠다. 언제나 따뜻할 그 손을 꼭 잡아야겠다.


학교 가는 꼬마 둘이 손을 꼭 잡고 걸어왔다. 얼굴엔 이미 웃음꽃이 한가득. 무슨 이야기가 저리도 즐거울까. 앞뒤로 흔들리는 두 손은 마치 하나처럼 보였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앙증맞았다. 총총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두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참 부러웠다.


안정이 필요한 요즘이었다. 안정이라기보다는 진짜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욕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열심히 찾아다녔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아무 생각 없이 오래 걸어보기도 했다. 낯선 장소와 시간에 나를 내버려 둠으로써 오는 약간의 긴장과 설렘이 나에게 도움일 될 것이라 믿었다. 참 좋은 시간들을 선물 받았지만 늘 무언가 부족했다. 조금은 불편한 안정이랄까. 인위적이었고 깊지 않았다. 오래 지속되지도 못했다.


멍하니 거리 한복판에 서서 너무 먼 곳에서만 답을 찾으려 했던 내 모습을 마주했다. 부끄러움이 한바탕 몰려왔다가 자조 섞인 한숨이 되어 빠져나갔다. 친구와 가족이 주는 믿음과 응원, 나를 붙잡아 줄 손들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나는 어디서 찾고 있었나. 너무 잘 안다는 핑계로 서로를 향하지 않았던 시선들과 애써 스스로를 감추며 지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손을 언제쯤 놓았을까. 또 서로 얼마나 기다렸을까. 조용히 다시 손을 잡아야겠다. 언제나 따뜻할 그 손을 꼭 잡아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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