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어지는 일은 없어. 추억이 있잖아.
시간을 스치며 남은 생채기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물건들을 만나는 일은 괜히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 길을 걷다 만난 오래된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여전히 묵직하고 든든했다. 이 작은 렌즈 앞에서 마주 보며 웃었을 이름 모를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듣고 싶었다.
쓸모 없어지는 일은 없어. 추억이 있잖아.
그저 존재의 이유가 조금씩 바뀌는 것뿐이야.
그냥 걸었다. 지금을 계속 걷고 싶었다. 몸과 마음 구석구석 생겼다가 아문 상처의 흔적들을 생각하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묵묵히 쌓아온 이야기가 나를 기어이 존재하게 하는구나. 문득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응원의 건배를 해야지. 나를 위해, 치얼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