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누르는 그 설레는 마음으로
가끔, 길을 걷다가 만난 풍경을, 혹은 아주 당연한 일상 속 어떤 모습을, 한참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곤 한다. 지난 주말, 바닷가를 거닐다가 친구에게 급히 카메라를 빌렸다. 노을빛이 참 붉었다. 하늘은 파랗게 물들어갔고, 바다는 그 무엇보다 묵직했다. 그리고 고요함은 어두운 그림자마저 참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이야기가 들린다. 어찌 보면, 사진은 찍는 게 아니라, 담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담는 일. 미래로부터 다가온 지금을, 과거로 보내기 전에, 나에게 담는 이야기. 너와 내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이야기. 너와 내가 없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 사진 속 '지금'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곧 우리네 삶이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만큼, 지금에 충실한 때가 또 있을까.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 떨리는 손끝이 셔터를 누르는 그 설레는 마음으로, 오롯이 지금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