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일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책을 읽어 내려가다가 고개를 들었다. 언제나 똑같은 풍경과 늘 다른 사람들, 그래도 오늘은 창밖으로 보이는 저녁놀이 참 멋지다 생각했다. (잠깐, 카메라를 꺼냈다가 넣었다.)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려 방금 지나간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다시 눈앞의 찬란한 세상을 보고, 같은 문장의 글자들을 하나하나 재차 확인했다. 마치 멀리서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처럼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딱 맞춰 나에게 와 읽혔다.
“내면의 여행을 즐겨 보세요. 사람들 얼굴에 간간이 무심한 표정이 스칩니다. 무얼 하는 것일까요? 여행을 하는 겁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날마다 마주치는 표정이니까요. 열차는 아직 플랫폼을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객실 안에선 깊고 나직한 한숨이 터져 나오네요. 하지만 한숨은 금세 흩어집니다. 목적지는 스톡홀름이나 예테보리 같은 곳이 아닙니다. 바로 내면의 세상이지요. 잘은 모르지만, 가끔씩 자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에요. 마음 놓고 쉬면서 환상에 푹 빠져들 수 있는 곳이 세상엔 거의 안 남았기 때문일까요? 어린 시절에 사랑했던 것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 모든 것이 열차 안에 있습니다. 언젠가 여러분도 그 세상을 여행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빌리 엔, 오르바르 뢰프그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
우리 사는 세상을 가장 단순하게 분류하자면, ‘나’와 ‘내가 아닌 무엇’으로 나눌 수 있다. 수많은 존재들이 모여 구성하는 세상이지만, ‘나’에 대한 사유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곧 이 어마어마한 세상의 절반이라는 이야기다. 나는 나로서, 너는 너로서. 스스로의 내면으로 여행을 떠난다. 자유롭게 각자가 꿈꾸는 세상을 만난다. 나를 찾는 일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나로부터 시작되고, 해결책도 내 안에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이도 나 자신뿐이다.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하고 피 터지게 싸우는 일 보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자신과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스로 먼저 굳건하게 바로 설 수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을 이겨야 될 이유도, 서로 헐뜯고 비난해야 할 이유도 없다. 오늘 주어진 하루를 최선을 다해 나답게 살면 될 일이다. 나를 바로 알고자 하는 노력. 가장 어렵지만, 진짜 내 인생을 위해 제일 먼저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