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
하루가 참 짧았다. 생각이 참 많은 하루였다.
나른한 오후에,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떠오르는 답을 노트에 적어 내려갔다. 옷, 시계, 핸드폰, 노트북, 아이패드, 가방, 카메라, 책, 지갑, 돈, 집(은 썼다 지웠다.), 학교, 커피, 친구, 사람, 지식, 생각, 취미, 일. 대략 이 정도 쓰고 펜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쓸 것도 없었고, 쓰고 싶지도 않았다.
찬찬히 종이를 들여다보며 단어들을 곱씹었다. 문득, 시간이 지나면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고 다른 것들로 대체 가능한 것들이 꽤 많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언제라도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일 수도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니 내심 불안해졌다. 오기도 생겼다. 그럼 하나씩 지워보자. 무엇이 남을까. 그래서 영원하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을 하나씩 지워보니 결국 하나도 남지 않았다. 모든 건 변한다. 그래도 하나 명확한 사실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이 시간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살아냄의 시간이 오늘이고 지금이 아닌가. 내가 진짜로 가진 것은 ‘지금’뿐이지만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으니 이만하면 괜찮다. 뭐 이런저런 생각들 덕분에 정신없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말았다.
사실 이 모든 사단은, 아침 지하철에서 기어이 읽어낸 한 문장 때문이다.
공지영 작가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내용이다.
오늘이 너에게 주어진 전부의 시간이니까. 오늘만이 네 것이다. 어제에 관해 너는 모든 것을 알았다 해도 하나도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것은 이미 너의 것은 아니고, 내일 또한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단다. 그러니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네가 사는 삶의 전부, 그러니 온몸으로 그것을 살아라.
오늘만이 네 것이다. 네가 온전하게 가진 것은 오늘뿐이다. 그러니 온몸으로 그것을 살아내라. 다그치는듯한 그 말에 약간 주눅이 들었지만 금방 또 새 힘을 얻었다. 얼마 전에 어느 책에서 보고 노트에 베껴두었던 토마스 칼라일의 시 <오늘>을 찾았다.
여기 흰 날이 왔다
낭비하지 말라
영원에서 이날은 나왔고
밤이 되면 영원으로 돌아간다
이날을 미리 본 눈이 없고
보자마자 사라져버린다
여기 흰 날이 있다
낭비하지 말라
어쩌면 두 작가는, 같은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만이 내 것이다. 낭비하지 말자. 모두들 힘내길!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