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때로는 산 같은, 때로는 바다 같은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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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그려보라 했을 때

반듯한 벽과 지붕을 그리는 사람이기 보다,

따뜻한 거실의 난로를 그리는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겉모습으로 사람을 읽으려 하기보다,

안에서 꿈틀대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고 싶다.


삶을 살아갈 때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자기 인생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그런 사람이고 싶다.

천천히, 그러나 느리지 않은 사람.

바르고 곧지만, 날카롭지 않은 사람.

뜨겁고 열정적인, 하지만 언제나 여유를 잊지 않는 사람.

때로는 산 같은,

때로는 바다 같은,

그런 사람이고 싶다.


차근차근 삶을 살아낼수록,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진다. 강세형 작가가 쓴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의 글 한 꼭지가 지금의 내 마음과 너무나도 딱 맞기에, 얼른 노트에 옮겨 적어 놓고는 읽고 또 읽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10년 후 20년 후 그보다 더 후에도

글을 쓰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내가 꿈꾸는 글을.

나는 10년 후 20년 후 그보다 더 후에도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


어쩌면 나는 아직,

지금의 내가 꿈꾸는 글을

쓰고 있지도 못하고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10년 후 20년 후 그 보다 더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서, 지금의 기준으로, 더 후진 사람이 되어있지 않기를.


그래서 지금의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와

아주 오랜 시간 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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