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여행,

삶은 본래 여행이니까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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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한 번, 강남 교보문고에서 또 한 번, 사고 싶었지만 늘 재고가 없는 책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족히 사나흘은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리기도 꽤나 지루할 것 같아 유일하게 1권이 남아 있다는 영등포 교보문고로 향했다.


따스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가을볕과 바람을 느끼며 걸었다. 손으로 10월의 햇볕을 받아보고 ‘오늘은 6:4 정도로 따뜻함이 더 크군’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 얼굴엔 토요일이 주는 여유와 생생함이 함께 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 조금 더 평온하고 힘찬 기운이랄까. (물론 주말에 더 바쁜 생업에 종사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래저래 가을과 토요일은 왠지 잘 어울린다 생각하며 최대한 가을처럼 또 토요일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다음 주 즘 되면 따뜻함과 차가움이 5:5 정도 되겠지 걱정하면서.


천천히 서가를 돌았다.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신간들을 한번 쓱 훑어보고, 지난번에 사두고 아직 읽지 못한 책 제목을 기억해냈다. 오늘 집에 가서는 꼭 처음 몇 페이지라도 읽어 두어야지 다짐했다. 수많은 책들을 지나쳐 책장 앞에 섰다. 입으로 제목을 중얼거리면서 눈과 손으로 책을 찾았다. 만나고 싶던 책을 찾아 비로소 책장을 펼치는 되는 순간. 어쩌면 여행하는 기분과 같지 않을까. 낯선 곳을 향하는 기대와 설렘, 이야기를 만난다는 두근거림. 삶은 본래 여행이니까. 책방에서만큼은 여행자가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가수 이상은의 노래 ‘삶은 여행’과 함께라면 더 좋을 듯하다.)


며칠 전, 한 대학생 친구가 인터뷰를 요청하며 관련 내용을 보내주었다. 다섯 가지 질문 중에 하나가 “어떨 때 행복을 느끼시나요?”였는데, 책방 여행 이야기를 쓰지 못했음이 조금은 후회스럽다. 읽고 싶던 책을 만날 때, 보고 싶던 친구를 마주할 때, 하고 싶던 일을 잘하게 되었을 때, 좋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10월의 가을볕과 바람을 손에 담으며 걸을 때, 늘어지게 낮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있을 때, 낯선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날 때 우리는 충만하게 존재함을 느끼지 않는가. 행복은 이렇게 우리 곁의 가장 가까운 소소함 속에 있다.


저녁 내내 책을 읽다가, 저마다의 책을 꿈꾸며 여행하는 책방의 사람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응원뿐이기에, 마음으로 외치는 파이팅 소리가 모두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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