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나.

책을 읽은 내가 해야 하는 일

by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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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의자에 앉았다. 향 좋은 커피가 앞에 놓여 있었고, 그 진한 향기가 어디까지 퍼질까 생각하며 슬쩍 고개를 들었다. 담, 하늘 그리고 돌담을 슬쩍 넘어온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져 눈앞의 세상을 꽉 채워 주었다. 초록색 나뭇잎에 커피 향이 물들어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마침 오늘, 정동 길에서는 커피 축제, 시청 앞 광장에서는 책 축제가 열렸다. 커피를 손에 들고, 잘 정돈된 야외 헌책방들을 돌아보면서 문득 엊그제 선물 받아 가방에 있는 책이 생각났다.


주로 에세이를 즐겨 읽는 나에게, 지인이 자기계발서 한 권을 선물해주었다. 그 분야의 책은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올라와 있는 제목이기에 덥석 고맙다 인사를 하고 받았다. 무척 좋은 내용이었고, 앞으로의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을 명확하게 집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들에 대한 내용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컸다.


하지만, 책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 책을 덮고 난 후의 시간은 오롯이 내가 살아내야 할 몫이다. ‘계발’을 위한 목적이 우선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정답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의 삶과 저명한 학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답습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의 삶에 유일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은 어디까지나 내가 나답게 존재하기 위한 ‘가이드’일 뿐이다.


그러므로 ‘계발’보다는 ‘자기’를 먼저 생각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문장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앞으로 삶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자신을 책임지는 삶은 분명 어렵다. 하지만 삶의 중심이 ‘성공한 사람’이 아닌 ‘굳건한 나’로부터 시작된다면, 진짜 나답게 유일한 오늘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를 쓴 이유경 작가는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울게 하고 웃게 한다.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더 나은 환경과 더 나은 사회를 꿈꾸게 한다. 그러나 책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다음, 그 모든 것들을 실천해서 한 걸음 내딛게 하는 건 책이 아니라 ‘책을 읽은 내가’해야 하는 일이다.”라 했다.


맞다. 책의 역할, 그리고 책을 읽은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 오늘 더 열심히 읽고, 더 나은 내일을 살자 다짐하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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