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백원,

우리는 모두 삶을 여행하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by 김봉근
월든.JPG

알라딘 헌책방에 들러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샀다. 가격은 3,100원. 조용한 카페의 구석 자리를 찾아 책을 펼쳤다. 스물여섯 번째 페이지를 마저 읽어내고 잠시 숨을 골랐다. 꼭 그래야만 했다. 책값을 그 안에 들어있는 글자 수로 나누면, 글자 하나하나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을까. 혹시나 그럴 수만 있다면 내가 아까 직원에게 건넨 천 원짜리 세 장은 너무 말도 안 되게 싸지 않은가 생각했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지 심오한 사색을 한다거나 어떤 학파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자가 되는 것은 인생의 문제들을 그 일부분이나마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철학, 지혜, 소박, 자립, 여유, 신뢰, 행동. 지난 1년간 나름 깊게 고민해왔던 모든 단어들이 단 한 문장에 표현되어 있었다. 서로 어우러져 어깨동무를 하고 손을 맞잡고 웃고 있었다. 나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본연의 일과 함께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 과거와 미래라는 두 개의 영원이 만나는 바로 이 현재의 순간을 살아내는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삶을 여행하는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문득, 이 책 사백칠십육 페이지를 읽을 즈음의 나는 인생의 어디쯤을 걷고 있을까 기대하며.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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