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가 딱 좋다
나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 011로 시작하는 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종종 번호를 물어본 사람들이 이미 010을 적어놓고 기다리고 있어서 내심 미안할 때가 있다. 수고스럽게 번호 하나를 지웠다가 다시 써야 하고, 또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LTE의 속도는 아이패드로 충분히 누리고 있다.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무겁게 둘 다 들고 다니지 말고 스마트폰 하나 쓰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당분간 그럴 생각은 없다. 지금의 생활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전화는 핸드폰으로, SNS나 업무는 스마트 기기로, 사진은 카메라로, 글은 책으로 읽으면 된다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 덕분에 난 항상 백팩을 메고 다닌다. 가방엔 아이패드, 아이팟, 책 두 권, 이어폰, 카메라, 펜, 노트가 들어있다. 여기에 노트북까지 추가되는 날에는 어깨가 무겁긴 해도 많이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다. 정말 이 정도가 딱 좋다.
스마트한 세상은 복합의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복합이란 편리함과 효율성을 위해 두 가지 이상이 하나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일인 다역의 시대가 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언젠가부터 핸드폰에 음악 파일을 넣을 수 있게 되었고 전화기와 TV, 카메라가 합쳐졌다. 노트와 펜이 화면 속으로 들어오더니 컴퓨터, 돈, 물건들도 어느새 네모반듯한 창속에 자리 잡았다. 이제 스마트폰 속에 사람이 들어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나는 생각한다. 각자 고유의 역할이 존중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불편한 게 아니라, 더 편하고 좀 덜 편한 것이다. 스마트한 복합의 시대에 대체 불가능한 본질은 잊지 않고 싶다. 아, 너무 옛날 사람 같은가.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