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빈곤,

나를 위한 시간을 더 이상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by 김봉근
시간2.jpg

신문 기사에서 시간 빈곤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시간은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게 되는 재산이 아니던가. 시간에도 빈부격차가 존재한다는 말일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천천히 기사를 다 읽어보니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시간 빈곤이란 1주 168시간 중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이 주당 근로시간보다 적은 경우를 말한다. 하루 종일 꼬박 일에만 몰두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없는 상황. 결국 먹고 자는 시간까지 줄여서 일을 하게 된다는 슬프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였다.


유명한 웹툰 작가 이말년의 만화 ‘잠 은행’편이 떠올랐다. 야근에 시달리는 신입사원이 하루 8시간 잠을 자야 하는 잠의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 은행에서 잠을 대출한다. 시간은 늘 부족해 잠 대출은 계속되고 밤새 일만 하다가 잠 대출 이자가 하루 수면시간을 제외한 시간보다 많아져 평생 잠을 자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직 안 봤다면 꼭 찾아 읽어보길,)


만화 속 주인공은 아직도 자고 있겠지. 결국 시간 빈곤의 문제는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경쟁과 속도를 강조하는 세상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내가 나로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 재미를 기반으로 한 재 충전의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정작 내 안에 ‘진짜 나’가 없기 때문에, 본연의 모습이 아닌 외부의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루하루 더 바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를 갖고, 하나하나 가지를 쳐내다 보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남지 않을까. 우선순위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삶의 최우선에 ‘자존’이라는 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웅현 작가는 책 <여덟 단어>에서 ‘자기 자존을 놓지 않고,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보라. 그리고 자신의 별을 만들라’고 말했다. 바쁘다. 우린 참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더 이상 뒤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그 시간만큼은 느긋하게 사유하고 성찰하자. 나만의 별을 위해서 말이다. :D,


“한 인간의 삶은 단 한 번뿐이다. 그렇다면, 하루하루의 시간 또한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유일한 시간이다.”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중.
매거진의 이전글최선이 최선,